빛바랜 ‘킹 메이커’ 김종인… 윤석열 앞의 세 갈래 길
조선일보 2021.05.21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5/21/Q6ENDHJ5UZH3BGH7LEZUUMISHU/
한국 정치에서 김종인은 독특한 존재다. 뉴스 메이커로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윤석열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홍준표 복당 논쟁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젊은 바람 뒤에도 김종인 대 반김종인의 역학 구도가 있다. 야권에는 김종인을 ‘경외하는’ 확실한 실체가 있다.
김종인의 정체성은 뭘까. 경세가? 전략가? 정치 컨설턴트? 그만큼 그는 복합적 인물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30대 교수 시절에 박정희 정부의 정책자문 역할로 경제개발계획 수립에도 참여했고 의료보험제도 도입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도 했다. ‘경제민주화’란 브랜드도 있으니 경세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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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력은 비견할 자가 없다. 경쟁 정당을 오가며 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사실 비례대표 5선 이력에 비하면 그건 그리 놀라울 것도 못 된다. 어려운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전략가의 면모도 여러 번 증명했다. 운도 따랐지만 전략적 감각이 탁월한 것도 사실이다.
공언한 대로 보궐선거 승리 후 집으로 갔다면 전설은 신화가 되었을 것이다. “노병은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듯 느닷없이 정치 컨설턴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김동연을 띄웠다.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나올 수 있다.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설계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후하게 평했다. 윤석열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었거나 김동연을 지렛대로 다시 움직여 보려는 것 같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일 위협적”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를 겪는 과정에서 양극화가 과거보다 아주 심해졌다. ‘기본소득’ 같은 게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할 때는 “민주당 주자 중에도 전화가 온다”는 말이 오버랩 됐다. 솔직히 김종인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고 해도 그닥 놀랄 일도 아니다.
‘갓종인’ ‘킹종인’이란 별명대로 김종인은 또 한 번 ‘킹 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 변화와 보궐선거 압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김종인 키즈(?)’들이 전당대회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당원 투표가 70%인 룰의 벽을 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 대표는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 승부 세계의 불문율인데 김종인의 치명적 약점은 당보다 자신이 더 위대하다는 태도다. 정치인은 누구나 정치 무대의 주역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는 말할 것도 없다. 선수보다 더 주목받고 싶은 감독 같은 ‘상전’이 아니라 트레이너나 캐디처럼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참모를 원한다.
지금은 킹이 될 수 없는 사람은 킹 메이커도 될 수 없는 시대다. 조직이나 정치력보다는 대중적 인기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오세훈의 킹 메이커는 김종인이 아니라 안철수다. 서울 시장 출마로 야권 경선 흥행에 불을 붙였고, 누가 나가도 이기는 ‘전략적 단일화’도 이루어냈다. 약속대로 오세훈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누가 뭐래도 승리의 1등 공신은 안철수다.
김종인이 안철수를 홀대하지 않고 합당을 이끌어냈다면 두 가지가 달라졌을 것이다. 안철수가 국민의힘에 들어왔다면 윤석열의 입당도 한결 쉬워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김종인은 킹 메이커가 될 수 있었다. 노회한 정객이지만 안철수와의 관계에서 페이스가 흔들렸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그 선택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김종인의 시대가 끝났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힘에 ‘김종인 컬렉션’을 유산으로 남겼다. 중도 노선, 탄핵 사과, 약자와 동행, 호남과의 화해, 젊은 정치인 발탁 등은 그의 공이다. 국민의힘이 집권한다면 김종인의 몫이 있다.
대선이 양자 구도가 될지 다자 구도가 될지는 윤석열의 선택에 달려 있다. 윤석열에게는 여전히 세 개의 길이 있다. ①국민의힘 조기 입당, ②제3지대로 완주, ③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굳이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① 40%, ② 30%, ③ 30% 정도다.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①을 선택한다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입당해도 지지율이 안 떨어질까? 설사 지지율이 떨어져도 후보는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후보만 되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원희룡에 대한 지지는 10~15% 정도다. 나머지는 이미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다. 들어간다고 더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 지지층 중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이 안철수의 실패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입당 여부가 아니라 지지 기반이 축소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2016년 총선까지의 안철수는 민주당 지지층 중에 반문재인 층을 흡수하고 있었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심리적 합당’을 한 상황에서는 반문재인·반민주당·비국민의힘으로 지지 기반이 축소되었다. 현재 윤석열은 2016년 안철수의 포지션과 같다. 지지 기반을 서둘러 좁힐 필요가 없다.
②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비판은 성공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성공 여부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연기하지 못할 것이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7월로 늦췄다면 자연스럽게 순연되었을 테지만 그 기회를 놓친 이후에는 명분도, 세력도, 동력도 없다. 이재명 지사는 7부 능선을 넘었다.
그 후가 문제다. 만약 민주당이 분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③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킹이 되거나 아니면 안철수처럼 킹 메이커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분열에 휩싸이고 정의당이 독자 출마한다면 1987년의 ‘4자 필승’이 재연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다자 구도에 베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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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당 전체가 윤석열 따를 수도…4월10일 전화 받았다”,
조선일보 2021.0521 양범수 기자
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1/05/21/CV52V5ORGVACZFXDDJNV7UDQMY/
김종인 “당 전체가 윤석열 따를 수도…4월10일 전화 받았다”
“별의 순간, 포착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 순간을 제대로 잡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 ”당(국민의힘) 전체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서는 “한 번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통화 날짜는 4·7 재보궐선거 사흘 뒤인 지난달 10일이다.
■김종인 “윤석열, 한달전 쯤 전화…만남 피해야 한다해 지나가”
조선일보 2021.05.21노석조 기자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1/05/21/PNA7IONDSZFYXKPNE7K3OMMWPA/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전화를 받고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 측의 이 같은 사연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한 번 전화를 받았다. 한 달 전쯤 됐다”고 했다. 그는 “4·7 재보선 사흘 뒤인 지난달 10일 어떤 사람이 찾아와 몇 분 후 전화가 올 테니 좀 받아달라 해서 받았다”며 “한번 시간이 되면 만나보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그다음에는 제3자를 통해 만남을 피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국회의원이 붙고 안 붙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국민 지지가 지속해서 유지되면 당 전체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윤 전 총장과 언제 만날 생각인가’라고 사회자가 묻자 “그건 내가 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별의 순간이라는 것은 사실은 순간 포착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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