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한명숙은 무오류의 ‘봉하혈통 적자’… 친문이 무죄 올인하는 이유■■

배셰태 2021. 4. 9. 17:34

한명숙은 무오류의 ‘봉하혈통 적자’… 친문이 무죄 올인하는 이유
조선일보 2021.04.09 배성규 논설위원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1/04/09/CXUHZ6TN3JGJ5OT5EUHP4REJ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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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총리가 만기 출소하자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현장에 총출동해 회견을 하고 있다.

“친문에게 한명숙 전 총리는 어떤 존재입니까?” 골수 친문 인사에게 물었다. “비유하자면 진보의 백두 혈통”이라고 답했다. 일부 친노(親盧)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적통 인맥을 ‘봉하 혈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고향이자 사저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빗댄 말이다. 그는 “봉하 혈통의 4대 계승자는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고 했다. “한명숙은 문 대통령과 동급에 가깝고 여성 중 최고 위치”라고도 했다. 네 사람 모두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가장 고맙고 애틋해하는 사람이 한 전 총리라고 한다. 친노·친문의 대모(代母)이자 도덕성의 상징적 존재라는 것이다. 한 전 총리가 상처 입으면 진보 진영 전체가 오염된다고 했다. 이 정권이 대법원 판결이나 법 절차까지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한명숙 신원(伸寃)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명숙은 무오류”… 교조신원운동 하듯 올인

여권은 작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일제히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잘못된 검찰 수사의 희생자라는 이유였다. 유죄의 증거가 명백하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났는데도 건설업자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만 앞세워 ‘무조건 무죄’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한명숙 수사팀이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한 의혹이 짙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조사토록 했다. 하지만 ‘사실무근’ 결론이 났다. 그러자 지난달 박범계 법무장관이 다시 지휘권을 발동해 재심의하라고 했다. 친정권 검사에게 이 일을 맡기고 수사권까지 줬다. 편집증에 가까웠다.

친문 인사들을 만나면 열이면 열 “한명숙은 무고하다” “정치 보복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말한다. “수표가 나왔고 증거가 명백하지 않느냐”고 하면 “그건 비서가 받은 돈이지 한명숙과 무관하다”고 했다. 비서가 한 전 총리 몰래 돈을 받아 한 전 총리 동생에게 건넸다는 얘기다.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주장하느라 이 해괴한 설명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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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가 재심을 포기한 것에 대해선 “재심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더구나 핵심 증인인 한만호가 죽었다. 유죄 인정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재조사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친노에게 노무현이 무오류이듯 그 적통인 한명숙도 무오류여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의 비리를 인정하면 친문의 도덕성이 뿌리부터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19세기 말 동학 교도들이 20년 넘게 ‘교조(敎祖) 최제우 신원운동’을 했던 것처럼 이 정권 핵심들도 한명숙 명예회복에 올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韓에 ‘마음의 빚’ 문 대통령 “반드시 다시 다뤄야”

한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을 정계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한 전 총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2011년엔 스스로를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고 했다. “차기 국가 지도자로 한 전 총리만 한 분이 없다”고도 했다. 2015년 한 전 총리가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자 문 대통령은 분개하면서 “잘못된 판결이다. 반드시 다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폐족된 친노를 부활시키고 문 대통령 집권과 ‘친문 세상’의 발판을 만들었는데 집권 후 사면·복권해 주지 못한 마음의 빚이 크다”고 했다. 2017년 한 전 총리가 만기 출소했을 때 이해찬·문희상·전해철·김경수·홍영표 등 친문 핵심이 총출동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와도 친분이 깊다. 문 대통령은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를 존경했는데, 박 전 교수는 1960년대 신 전 교수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13년간 복역했다. 박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의 숨은 멘토라는 말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유죄 확정과 함께 8억8000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하지만 그중 1억7000여만원만 환수됐을 뿐 80%가 미납이다. 문 대통령은 여권 인사들에게 돈을 걷어 대신 내주자고도 했다. 그게 여의치 않자 최소한 정신적 명예 회복은 해주자는 것이다.

여권의 1·2차 한명숙 사건 재조사 카드가 불발되자 친문에선 노골적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친문 핵심 인사는 “재조사는 문 대통령과 친문 전체의 뜻이었다. 그런데 박범계 장관이 대검에 명확하게 ‘재수사하라’고 지시하지 못하고 ‘재검토하라’고 했다가 모든 게 어그러졌다”고 했다. “박 장관이 바보 짓 해서 망쳤다”는 힐난도 적지 않다.

◇8·15 특사, 윤석열 공격 카드로 추진

여권 관계자는 “재수사를 통한 명예 회복은 어려워졌지만 8·15 특사의 길은 열린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위증 강요한 의혹이 있으니 사면·복권해 줄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명숙 신원 운동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노림수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친문 인사는 “윤 전 총장이 과거 대검 중수과장 시절 한명숙 수사에 관여했고, 검찰총장 때는 위증 강요 감찰 조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고 했다. 이번에 재조사에 성공했다면 윤 전 총장을 한명숙 보복 수사와 감찰 방해 책임자로 몰아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명숙 명예 회복만이 아니라 차기 유력 주자인 윤석열을 공격할 다목적 카드로 쓰려 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박원순 성추행 감싸기, 이해찬의 버럭이 불댕겼다]

여권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무리하게 감싸왔다. 성추행 사실이 명확한데도 박 전 시장을 “맑은 분”이라고 일제히 옹호했다. 시민단체 출신 여성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이란 해괴한 말까지 만들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 곳곳에서 박 전 시장의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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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감싸기의 불을 댕긴 사람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다. 박 전 시장을 “순수한 사람”이라 추켜세우더니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겐 “XX자식”이라고 욕했다. 이는 여권에 “추모하고 감싸라”는 신호가 됐다. 내부에선 “왜 미투만 나오면 아무 항변도 못하느냐”는 불만도 컸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들은 자기끼리의 동지 의식을 앞세웠고, 박원순이 무너지면 여권 전체가 매도당한다는 위기감도 컸다”고 했다.

586 운동권들이 감싸기에 가세한 것은 박 전 시장과의 정치적 유대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등으로 대표되는 전대협 운동권은 2011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때 박영선 전 장관 대신 박 전 시장을 지원했다. 박 전 시장은 임종석 등 운동권 출신들을 서울시와 산하단체 고위직에 줄줄이 발탁했다.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먹고살 자리, 시정 경험 기회를 준 것에 고마움이 컸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에 대해선 “자기 정치를 위해 박 전 시장을 지렛대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한명숙 전 총리는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대선 경선 비용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어 1심서 무죄가 났지만, 2심에선 돈 준 증거가 인정됐다. 대법원서도 대법관 만장일치로 유죄 결정이 나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한 전 총리 동생은 한 전 대표가 준 1억원 자기앞수표를 전세자금으로 썼다. 한 전 대표의 돈 가방을 챙긴 경리 직원은 “한 전 총리에게 갈 돈이라고 들었다”고 진술했고,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 부도 직후 병문안을 가고 2억원을 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전 대표는 위증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