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김어준과 생태탕, 그리고 박원순의 생태계
조선일보 2021.04.07 선우정 부국장(논설위원, 사회·국제·주말뉴스부장, 도쿄특파원)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4/07/QFGJIP25WZAWBL2OH25QDG6DNE/
막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면 한국 우파는 이미 포기했을 것이다. 붙들고 늘어지는 악력(握力)의 강도에서 한국 우파는 좌파에 족탈불급이다. 생태탕 집 아들의 16년 전 페라가모 기억을 끌어내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광기에 이번에도 혀를 내둘렀다. 서울 시정이 좌파로 넘어간 지 10년이다. 해먹을 만큼 해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타오르는 저 목마름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번엔 공정성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TBS는 재정의 77%를 서울시 세금에 의존한다. 이 방송 시사 프로가 그제 익명 제보자 5명을 불러 90분 동안 야당 후보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하얀 면바지에 멋진 페라가모 구두”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주장은 내곡동 생태탕과 대조를 이루면서 타깃의 이미지 재구축을 시도한다. 진행자 김어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어준은 2년 전에도 윤지오를 불러내 정파의 이익을 위한 소도구로 소비한 적이 있다. 윤지오는 의도를 알면서도 미끼를 물었고, 덕분에 한몫 챙겨 해외로 튀었다. 그는 지인에게 김어준에 대해 이런 문자를 보냈다. ‘병Х’ ‘미친 Х라이’. 윤지오는 비록 사기꾼이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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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사기 파문이 일자 윤씨 지인들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 왼쪽이 김어준에 대한 부분이고, 오른쪽이 그를 기획 입국시킨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대한 부분이다. 윤씨는 김어준씨에 대해 "X신" "미친 X라이"라고 혹평했으나 김어준 프로에 출연해 자신을 공개하고 돈을 챙겨 해외로 튀었다. 과거사위에 대해선 "진짜 꼴값들"이라며 "기자보다 못한 작자들"이라고 조롱했으나 역시 그들이 뜻에 따라 입국에 국가 세금으로 국내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김어준은 왜 저럴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교통 전문 방송 TBS를 정파 방송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구축한 생태계 상단에 올려놓았다. 김어준은 이곳 최상위에 자리한 포식자에 속한다. 회당 출연료가 100만원이란 주장도 있고, 200만원이란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장보다 많고 전체 방송사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번에 “김어준 저리 가라”며 알몸으로 나선 사람이 안진걸이다. 거물은 아니고 마이크 끼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스팔트 좌파 정도로 평가하면 된다. 김어준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안진걸은 2019년 TBS에서 시사 프로 진행자 자리를 꿰찼다. 방송 100회, 200회 때마다 박원순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 평일 매일 방송이었으니 보수가 두둑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론 좌파일수록 자리를 탐한다. 밀려나면 더 격한 반응을 보인다. 돈, 권력도 마찬가지다. 이념? 동지애?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검질긴 광기는 좌파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지키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생전의 박원순 시장을 가까이서 몇 번 봤다. 그는 상대 성향에 맞춰 자기를 주장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떤 자리에서 한 기자가 박 시장의 어떤 시정(市政)을 비판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 덕분에 기자님 회사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세요? 저한테 고맙게 생각하셔야죠?” 그는 정치에 유리하면 개발 논리로 자신을 포장했다. 한강 노들섬, 한강 월드컵대교 등이 정치적 득실에 따라 소신을 바꾼 사례다.
박 시장은 10년 전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거대 사업을 벌이지 않고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읽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될 듯하다. 박원순이 만든 서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넓어진 보행로와 따릉이, 정비된 골목길, 한양 도성길, 작은 박물관과 수많은 조형물. 그런데 서울시장은 구청장이 아니다.
서울은 일제의 대(大)경성 계획과 박정희 시대의 강남 개발로 영역이 확정된 메트로폴리스다. 한국만 한 땅에선 더 커질 수 없고 커져서도 안 된다. 균형 발전 논리에 따라 기능을 지방에 주는 맏형 노릇도 마다할 수 없다. 선진국 대도시가 이미 그 길을 걸었다. 그들은 국제화에서 활로를 찾았다. 도시 기능을 재생산하고 확대하면서 세계 도시로 재도약했다. 전임 시장들은 ‘금융 허브’ ‘문화 허브’를 내걸고 서울의 세계화에 도전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한양화’로 시침을 조선 시대로 돌렸다. 지금 광화문 공사판을 보라. 서울의 국제 도시 경쟁력은 하락했고, 경제 규모는 2014년부터 경기도가 추월했다. 나는 좌파 권력이 설계한 ‘의도한 쇠퇴'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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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로 태양광 사업에 엄청난 세금을 투입했다. 과거 운동권 동지와 좌파 시민단체가 다수 이 열매를 따먹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때 586 운동권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 허인회씨다. 그는 권력자에게 청탁·알선을 해주는 대가로 민간 업체로부터 총 3억9000만원을 받고 2억원을 더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래서 그의 발언에는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 깊숙이 뿌리내린, 노출하고 싶지 않은 생태계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좌파 동지들에게 광범위한 축재(蓄財) 기회를 안겼다는 의심을 받는다. 태양광 사업으로 한몫 챙긴 운동권 허인회가 대표적 인물이다. 윤미향의 정대협에 여성부 다음으로 많은 세금을 쏟아부은 곳이 박원순의 서울시였다.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단체를 키웠다. 서울시 등록 시민 단체를 2295개로 늘렸다. 각종 보조금과 공모 사업을 통해 이들에게 세금을 수혈했다. 이 모두를 좌파로 볼 순 없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대 유산은 세금에 기대는 좌파의 합법적 생태계를 만든 일이다. 지금 최전선에서 광기를 발산하는 좌파의 전사 중 직간접으로 그에게 녹을 먹지 않은 자가 없다. 실제로 밥통을 빼앗겼을 때 좌파 생태계가 발산하는 전방위적 광기는 실로 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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