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표 소동] 인사가 망사(亡事)가 돼선 안 된다

배셰태 2021. 2. 18. 09:02

※인사가 망사(亡事)가 돼선 안 된다

검찰 고위직 인사(人事)를 둘러싸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표를 두 번씩이나 제출하고 반려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말미에 청와대로 입성, 법무부와 검찰간의 갈등을 조율해온 신 수석이 대통령의 만류에도 두 차례에 걸쳐 사표를 제출했다. 신 수석의 사표 제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아직은 정확한 배경설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해 분석해 보면 신 수석의 사표 제출은 대개 3가지 이유 중 하나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을 조율 중인 와중에 박범계 법무장관이 신 수석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급하게 발표해버려 사표를 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역시 같은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신 수석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에 조력한 ‘추미애 라인’의 교체를 강력히 주장하자 박 장관이 신 수석 대신 이광철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인사를 발표해서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역할이 없어진데 대한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 수석이 ‘추미애 라인’과 함께 ‘조국 라인’까지 ‘거리두기‘ 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자신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수석인 자신과 상의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재가한 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이 사표를 두 번씩이나 반려했는데도 신 수석은 이를 거둬드리지 않고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를 앞두고 윤 총장과 두 번의 만남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을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검찰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것도 기습적으로 일요일에 언론에 발표했다. 그런데 심 국장의 전보발령은 수평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영전’인사인 셈이다.

신 수석의 사표 소동은 한마디로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최초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제대로 역할을 부여해 주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일어날게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신 수석 몰래 검찰 인사를 단행한데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소위 ‘검찰개혁’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을지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사실은 ‘검찰장악’이지만, 정권을 비호하는 인사를 요직에서 배제하자는 신 수석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그들에게는 정권차원의 절박성이 작용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검찰 인사에서, 그것도 고위급 인사를 하면서 정무수석을 ‘패싱’한 것은 크게 잘못 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고위 참모가 임기를 시작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사표를 제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신 수석은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 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고, 그래서 신임도 두터웠던 사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퇴 파장은 클 것 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뒤따라 있을 검찰 중간 간부인사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 또한 높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는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도 박 장관, 윤 총장 그리고 신 수석이 또 다시 충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신 수석은 ‘식물 총장’이라고 불리는 윤 총장에 이어 ‘식물 수석’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이제 겨우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갈등이 봉합돼 가는 중인데 박 장관과 신 수석 간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청와대와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신 수석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과 같은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게 잘 반영되지 않자 주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더구나 신 수석은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지검장만큼은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가진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의 신 수석을 기용한 것은 검찰과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수사에 대응한 ‘소방수’역할을 기대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청와대 내부에서 신 수석 ‘무용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자연적으로 신 수석을 배제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었다.

다시 말해 이번 신 수석 ‘패싱’은 박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원전수사를 확대해 청와대를 정조준하려 하는데도 신 수석이 이를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검찰인사에서 신 수석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본다면 백 전 장관의 영장청구 이후 청와대가 검찰수사의 불길이 더 이상 청와대까지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대목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이 아닌가 한다. 청와대는 이미 윤석열 총장 다음 총장 감으로 이 지검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검장은 지금껏 해왔듯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사건,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금지사건 수사 등에 대해 계속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와 함께 ‘권력 수사’를 원천적으로 완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당장은 친정부 성향의 이 지검장의 유임은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데 필요하며, 오는 7월 윤 총장이 퇴임한 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월성 원전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청와대까지 미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이라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조율이 끝나지 않은 인사안을 박 장관이 밀어붙였고, 이를 문 대통령이 결재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결부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 “ 결국 박 장관의 의지대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는 변명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는 보도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한 검찰인사가 이 말에 정확하게 맞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세간(世間)에서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에선 “오죽하면 국민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고 영입한 민정수석마저 버텨내지 못했겠느냐"고 비판했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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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