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러려고 피 흘려 한국을 지켰나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최근 국내 한 언론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은 작금의 한미 양국의 안보 국방 외교정책 방향에서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북 및 대 중국 정책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 현직 관리들의 경고성 발언도 시간이 지날수록 톤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차이를 보이는 시각은 무엇일까?
첫째는 대북정책에 관한 견해차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 김정은에게는 여전히 비핵화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무부 관계자는 “ 북한의 불법적인 핵. 탄도미사일 개발과 고급기술 확산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국제 비확산체제를 약화시켰다” 면서 ” 바이든 정부는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대북정책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CRS)도 “ 양국 간 대북정책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승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수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 등 전직 미국 당국자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94년 9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있다’며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면서 ”정상회담 몇 번 하고 점심 먹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이혼 전 특별보좌관은 ”트럼프 정부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증거도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주장을 폈다“며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를 조속히 북한에 관여하게 하려고 같은 주장을 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겠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반응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비핵화의지가 분명하다”고 말한데 이어 정의용 외교부장관까지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문제를 북한 측과 상의해서 결정할 수도 있다고 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방어훈련을 적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니 미국도 기가 찼을 것이다. 북한이 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보았듯이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는데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두 번째는 한중, 한일 관계에서의 시각차이다. 먼저 한중 관계에 대해 미 의회 조사국은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 때문에 한국이 이를 주시하면서 대북정책을 정리한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외국인 직접투자(FDI) 대상국인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은 대체적으로 중국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한다고 했다. 한일관계도 민감한 역사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냉랭했으며, 특히 2018년 이후 통상, 안보, 역사 관련 논란 및 보복조치 등으로 아직도 소원하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얼마 전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한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 미. 일 3국의 협력지속과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 최우선 순위가 어디 있는지를 확실히 하면서 한. 미. 일 3각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맞선다는 외교기조에 동참하라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인도. 태평양, 한. 미. 일 협력 내용을 뺀 채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할 문제라는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때처럼 빨리 북한과 마주 앉는 그림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거기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중국의 시진핑과 통화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 극찬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도자가 공산당 창당 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한 것은 전에 없었던 일이다. 미국정부도 놀라운 일로 받아드린 것 같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의 통화 사실은 중국 인민일보를 비롯해 CCTV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됐다. 중국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우선 외교정책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전 세계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하자 약한 고리인 한국을 흔들어 이탈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은 결국 바이든 정부가 민주국가들을 반중연합에 끌어드리려는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중국의 공세에 동참한 셈이 됐다. 그러니 한미 간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밥 메넨데스 미 상원외교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 창립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가치는 자유세계나 한국이 공유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건 한국이 미국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공유한 민주주의, 자유시장, 법치, 분쟁 등을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 인권과 같은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한 문제다.”라고 하면서 “ 우리가 이러려고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의 방어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관련한 견해차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실시여부를 북한과 협의 할 수 있다고 말한데 이어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같은 말을 했다. 서 장관은 또 “자신의 재임기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여 강한 연합방위체계를 세우겠다.“고 도 했다. 한미연합훈련은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화해분위기와 미북 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병력 동원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대체했었다.2019년부터는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을지 프리덤 등은 아예 사라졌다.
하지만 실전 경험을 중시하는 미군 수뇌부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기동훈련의 실시를 원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사령관은 최근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만 하다가는 실전상황에 닥치면 군인들은 혼비백산할 것이라“고 했다. 전직 주한 미군사령관들의 의견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제임스 셔먼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한반도 패권을 차지하려는 북한의 군사적 야심을 저지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실전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 전작권 전환이 강행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은 전투 상황에서 미국 외에는 전투부대를 파견해 방어를 도울 만한 동맹이 없다고도 했다.
한미 간 안보문제에서 파열음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것은 보통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마찰음은 한반도 안보에 구멍을 내는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실성 있는 대북 인식과 함께 동맹으로서 신뢰감을 줄 수 있게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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