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중 패권전쟁]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을 떼어놓는 중이다■■

배세태 2020. 10. 25. 09:49

※[미중 패권전쟁]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을 떼어놓는 중이다

평소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자가 유독 트럼프에 대해 반감을 넘어 증오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내는 걸 봤다. 이자을 탓하고 싶진 않은 게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인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실제로 이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같은 말을 하는 걸 봤다.

이자들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트럼프가 미국에 이익이 될진 몰라도 한국에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북한과 붙어먹어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을 위해서는 트럼프 말고 바이든이나 다른 민주당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과연 그럴까. 일단 이것부터 지적하고 싶다.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을 떼어놓는 중이다. 북한은 일종의 현상일뿐 내재된 본질은 중국에 의한 패권 도전 및 주변국의 위성화다. 따라서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등뼈를 부수는 게 먼저다.

말궁둥이에 붙은 똥파리를 자처하는 한국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배가 고파지니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도 십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를 뽑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버티다가는 결국 병이 더 커져 손쓰기 어렵게 된다. 지금 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않은가.

트럼프까들의 또다른 주장은 그가 동맹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거다. 국제정치에 대한 순진한 생각의 발로다. 국가는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국제정치는 유엔으로 대표되는 이상주의를 내세우되 본질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실주의에 의해 굴러간다. 자유진영 사이좋게 대동단결하여 천년만년 잘 지내세 하는 건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 이미 끝났다. 지금은 각자 국익에 따라 다시 진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제각기 역할을 맡아야 하는 시기다.

동맹이란 건 공통의 적을 필요로 한다. 현재 미국의 최대 적수는 중국이다.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위치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의 주적은 북한이지(요즘은 좀 아닌듯) 중국이 아니다. 대놓고 안미경중 되도 않는 소리를 하지 않나. 이런데도 동맹이 제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게 더 이상한 거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수업을 들으면 동맹과 관련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다. 동맹이면 공통의 적에 대해 연루될 수밖에 없고 만약 내 적은 아니라며 발을 뺀다면 방기된다, 즉 동맹이 유명무실해지거나 아예 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예전처럼 다른 나라의 분쟁에 개입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한국, 일본 등은 그동안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공짜로 개꿀을 빨았다. 미국 입장에선 돈도 별로 안 되고 자기보다는 걔네들한테 사활적 이해가 달린 일이다. 하니 이제 빨대 그만 꼽고 성의라도 보이라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인지 모르겠다. 미국의 공짜 안보서비스 제공은 일종의 자연법칙이라도 된다는 건가.

군사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니 주한미군을 대체하려면 60조가 든다고 한다. 현재 주둔 중인 미군병력만 그 정도고 다른 안보자산들, 예를 들어 전폭기나 군사위성, 핵우산 등은 아예 계산에 넣지도 않은 거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공통의 적을 둔 일본과 유럽은 동맹 유지를 위한 자기 부담을 올리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쓸데없이 뿌릴 100조는 있어도 주한미군 유지를 위한 5조 10조는 없는 나라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보면 동맹을 유지할 필요를 못느끼고 방기하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예전 하토야마 때 일본이 삐딱선을 타니 미국이 어떻게 했는지를 다들 기억할지 모르겠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연방상원 청문회에 개끌려오듯 기어들어와 울고불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이 뻘소리해대니 폭스바겐을 조졌지. 다 민주당 오바마 때 있었던 일이다.

그거에 비하면 트럼프는 말로만 을러댈 뿐 실제로 한국에 충격을 주진 않았다. FTA도 한국에 너무 일방적인 독소조항 일부만 개정하고 대부분은 그냥 냅뒀다. 역사에는 가정이 의미없긴 하다만 오바마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힐러리가 당선됐으면 어땠을까. 현대차 박살내고 LG 가전 못팔게 하지 않았을까.

언사가 거칠고 때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걸로 보이지만 트럼프는 대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대만에도 그렇다. 근데 이건 중국을 공통의 적으로 두는 경우에 한해서다. 한국이 그게 안 된다면 방기되는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한국인들이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의 공짜 안보를 계속 누리면서 중국에도 계속 물건 팔아 돈벌겠다는 건 그저 욕심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보다는 눈물겹도록 지독한 멍청함이다. 중국이 돈을 미국에서 벌지 못하면 한국의 중간재를 어떻게 사들이겠나. 이 간단한 서플라이체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이 너무 많다.

미국이 그동안 받던 특혜를 줄이겠다고 하니 원망하고 떼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절망스럽다. 어쩌면 몰라도 저렇게 모를까 싶다. 미국의 유아독존식(?) 선별적 개입 정책 전환은 트럼프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셰일 이후 정해진 수순일 따름이다. 트럼프로 인해 달라진 것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주적이 됐다는 것인데 이것도 결국 올 게 좀 빨리 온 것일 뿐이다. 민주당 대통령이었으면 지금껏 계속 러시아나 붙들고 있었겠지만.

오바마의 소위 전략적 인내 덕분에 북한은 핵을 갖게 됐고 투발 수단마저 완성을 1-2년 정도 앞두게 됐다. 그가 중국과 잘 지내고 북한을 묵인하는 동안 한국은 태평성대 미국 중국 가운데서 꿀이나 빨다가 지금 계산서를 받은 거다. 북핵 앞에서 뭐하나 할 수 없는 인질이 됐지 않은가.

근데 이게 괜찮은 분들이 많은가 보다. 심지어 우파라는 사람들도 에이 설마 서울에 쏘겠어 다 미국용이지 하면서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곤 한다. 나 같으면 너무 암울하고 불안해서 숨쉬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다. 국제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북의 ICBM이 미국을 겨냥한 것은 맞지만 핵미사일은 수단일뿐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이다. 북한이 미 본토에 핵을 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면 미국은 더이상 한국을 보호하지 못한다. 서울을 위해 LA를 희생할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북한의 핵개발은 잠정중단 상태다. 6자회담이 파토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이거 지난 미국 대통령 중 누가 할 수 있었나. 한국을 숨쉴 수 있게 해주는 게 누구인지 팩트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특히 트럼프는 언사가 아닌 행동 또는 결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게 다 미국 입장에서 특히 트럼프 편들기에 불과하고 대한사람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겠능가 할지도 모르겠다. 내 대답은 아니다다. 미국의 입장이란 것은 일종의 국제질서나 규범이다. 패권국이 마련한 플랫폼은 한국 같은 나라가 현실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예 그것을 집중 연구하고 그에 맞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편이 현명하다. 일본이 그런 걸 참 잘한다. 이명박도 소질이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다르다고 하지말고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이며 미국이 가는 길 위에서 한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내 생각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민주주의보단 국제정치에 대한 소양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그게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뱅모(박성현)나 이춘근 박사의 유튜브 강의가 참 좋다. 트럼프 아웃 외치는 사람들이 보면 생각이 좀 바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