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제1회 청년의 날’ 기념행사]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배셰태 2020. 9. 23. 11:33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어제 오늘 시중에서의 나오는 화두는 제 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있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것이었다. 일부 어용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문 대통령이 37번이나 사용했다는 ‘공정(公正)’이란 단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러면 기념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기에 그토록 언론들이 대목마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상당히 긴 분량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벌어진 각종 의혹들 때문에 청년들의 지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듯이 무척 공들여 쓴 기념사 같았다. 그러나 ‘공정’으로 시작해서 ‘공정’으로 끝을 맺은 기념사는 국민들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대목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청년의 날’ 기념사라기보다는 ‘공정의 날’ 기념사 같다는 평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대뜸 편 가르기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과 우리사회의 공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더니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왔다” “기득권은 부(富)와 명예를 대물림 했다” “ 정경유착은 반칙과 특권을 당연하게 여겼다." ”독재 권력은 이념과 지역으로 국민의 마음을 가르며 구조적인 불공정을 만들었다“고 하고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 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문 대통령이 말한 “기성세대가 특권과 반칙의 사회에 살았다”는 말은 아주 교묘한 어법으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편 가르기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말대로 과거 우리나라에 특권과 반칙이 있었다면 지금은 전혀 없다는 말을 한 것인가. 그게 사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또 “기득권은 부(富)와 명예를 대물림했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뜻인가. 입은 비뚤어졌다 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문 정부의 전. 현직 법무장관 두 명의 자식들만큼 부와 명예를 대물림한 청년들이 어디 또 있다는 말인가.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으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한 청와대 사람들과 집권당 국회의원들 만 한 기득권 세력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자식들만큼 ‘금수저’를 대물림 받은 청년들이 어디 있겠는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줄이 없어서 몇 년째 실업자로 있는 청년들의 분노하는 마음을 자극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청년의 날’에 대통령이 ‘기득권의 대물림’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은 “정경유착이 반칙과 특권을 당연하게 여겼다”며 “ 독재 권력이 구조적 불공정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정경유착을 강조함으로써 청년들에게 반(反) 기업정서를 불어넣어주려 한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과거 정경유착이 있었다면 지금도 볼 수 있듯이 정권이 기업을 옥죄는 것뿐인데 어떻게 그게 유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불공정이 독재 권력 탓이라고 한 것도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청년들이 느끼는 불공정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탓이 아니고 현 정권의 전체주의적 정책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이 불공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가 청년들과 함께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도 태연하게 시치미 뚝 떼고 기념사를 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염치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세대 간 편 가르기’부터 ‘빈부 간 편 가르기’, ‘과거와 현재 편 가르기‘를 하면서 오로지 문 정권만이 공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최근에 불거진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조국 씨 딸의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위조, 불법, 비리 의혹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어디 그뿐인가. 김경수 사건, 윤미향 사건, 유재수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까지 심각하게 보고 있는 한국의 4.15 총선 부정의혹 등도 이 정권에서 일어난 특대 형 사건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 의혹에 대해서 더 이상 밝히려 들지 않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법무장관과 민주당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검찰의 힘을 빼는데 총력을 기우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문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내로남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게 유리하고 좋다면 공정하고 내게 불리하면 불공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나라의 지도자라면 그래선 안 된다. 지금 당장 내 눈 앞만 볼 것이 아니라 항상 전체를 의식하고 미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게 훌륭한 지도자다.

옛날 효성이 지극한 임금이 있었다. 그는 백성들에게도 존경받을 만큼 인자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한 형벌로 다스렸다. 그런데 한 번은 임금의 어머니가 법을 어긴 일이 발생했다. “ 저 효성이 지극한 임금이 자기 어머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신하들은 근심스러운 얼굴로 수근 거렸다. 임금은 오랜 숙고 끝에 말했다. ”짐의 어머니를 묶고 법대로 태형 40대를 치라“고 명했다.

임금의 명에 일순간 모두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하지만 임금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매를 치려는 순간 임금은 어머니에게 달려들어 꽉 껴안았다. 어머니를 대신하여 임금은 40대의 매를 고스란히 맞았다. 임금의 옷은 피로 흥건히 젖었다. 그래서 임금은 나라의 공의를 드높였고, 그 나라는 더욱 법을 잘 지키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원칙을 가지고 법과 공의가 바로 세워질 때 모두가 행복해진다. 적어도 이 정도의 임금이어야 ‘공정’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엊그제 보도된 벨기에의 엘리자베스 공주 이야기도 바로 ‘공정’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공주가 왕립 육군사관학교에서 다른 훈련병들과 똑 같이 진흙탕 구렁에 구르고 사격훈련을 받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왕위에 오르는 공주지만 여기선 공주 대접은 일체 없다고 했다. 이게 ‘공정’이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명하고 올바름이라고 되어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말하는 페어플레이와 같은 정신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공리주의자(功利主義者)  벤담의 주장처럼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공정이다.

누구의 아들과 딸은 특권층인 아버지와 엄마의 힘으로 결정적인 혜택을 받고 다른 사람들은 정당한 절차와 우수한 능력이 있어도 밀려난다면 그건 공정이 아니고 불공정이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 원칙이 있는 것이다. 이 법과 제도, 원칙은 한 사람의 예외도 있어서는 안 된다.누구나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장 회의에 들어오면서 보란 듯이 추미애 장관과 회의장에 동시에 입장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그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정원장, 행안부 장관 같은 다른 기관장들은 미리 대기한 상태였다. 최근의 ‘추 정관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동의 하지 않으며, 그녀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보여준 대통령의 기념사나 추 장관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는 선량한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 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