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박휘락 칼럼] 사자가 다가오는데 풀 뜯는 사슴… 안보 위기와 '아브라 카다브라' 정부■■

배셰태 2020. 8. 4. 20:21

[박휘락 칼럼] 사자가 다가오는데 풀 뜯는 사슴… 안보 위기와 '아브라 카다브라' 정부
뉴데일리 2020.08.04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0/08/03/2020080300250.html

文 대통령, 통일장관, 국정원장, 국방장관까지도 "평화" 외치면 평화 오는줄 착각
대통령 책무는 '대한민국 독립과 영토의 보전'… 북핵 직시하고 한미동맹 지켜야
“아브라 카다브라 ” 주문만 외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아브라 카다브라’는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의 서양 주문으로, 개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주문이다. 만인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정부는 당연히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북핵과 미중 충돌의 복합위기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35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되고 말았다. 이를 배경으로 김정은은 휴전협정 조인일인 7월27일 그들의 안전이 영원히 보장되었다고 공언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남해를 지척에 둔 낙동강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동지들의 한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 보유로 인하여 미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제는 6·25전쟁에서 못다한 한을 풀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 정부는 태연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증강하고 있어도, 위와 같은 호전적인 언사를 표출해도 무심하다. 2018년부터 대화를 통하여 핵무기를 포기한다던 노력이 확실하게 실패했음에도 이전의 북핵 대비태세는 복원시키지 않고 있다. 마치 북핵이 없어진 듯 태평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자가 호시탐탐 접근하고 있는데 천진난만하게 풀을 뜯고 있는 사슴과 유사하지 않은가? 

북한 변수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 가능성도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6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여 중국 포위의 의도를 공표하더니 올해 5월에는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을 선언하였다. 그후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자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였고, 최근에는 시진핑에 대한 호칭을 “주석”에서 “총서기”로 낮추면서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 자유민주주의 대응의 차원에서 중국 공산주의에 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활동도 강화하고, 틱톡 프로그램 사용 금지 등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북핵 위협과 미중 충돌의 진행상황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그에 부합하는 한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 방향을 분주하게 토론하며, 나름의 정책과 방안을 정립하여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반도에서 '핵 대리전쟁 가능성' 고조

더욱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사항은 미중 충돌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쟁(Proxy War)”을 촉발시킬 가능성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들이 직접 충돌하면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고 판단하여 남북한이 대신하여 싸우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아프가니스탄전쟁·우크라이나분쟁·시리아내전·이스라엘-팔레스타인분쟁 등 현 시대 약소국 간 대부분의 전쟁이 대리전쟁으로 분류되듯 강대국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약소국이 원하지 않는 대리전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1950년 한반도에서 발발한 6·25전쟁도 미국과 소련·중국 간의 대리전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기꺼이 대리전쟁의 앞잡이를 자원할 것이다. 북한은 상당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어 남북한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믿고 있고,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려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조금만 부추기거나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남한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입할 것이며(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남한은 바로 공산화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남북한 간의 전쟁은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리전쟁이 된다. 대리전쟁으로 한반도가 폐허가 되고, 수많은 한민족이 살상당하겠지만 북한은 그렇게 되든 말든 한반도를 공산화하면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대통령이나 안보책임자라면 밤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북핵 상황, 그리고 미중 간의 충돌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주요 인사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태연하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브라 카다브라’라는 주문만 외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고 믿는 사람 같다.

정부의 위험한 낙관주의

한국의 안보상황이 위와 같이 심각하고 국민 중에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핵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변정세 변화를 이유로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적도 없다. 안보팀을 보강하거나 군대를 방문하여 점검 또는 격려한 적도 없다. 국가의 안전에 대한 신의 계시를 받았거나 ‘아브라 카다브라’를 믿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정부에 대한 요구

필자가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달라지는 방법 밖에 없기에 이 기회를 통하여 요구하고자 한다.

<중략>

대통령의 책무를 유념해야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2항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무 중에서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어떤 일보다 이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대통령이 이 책무를 더욱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원해야 할 것이다.

소련 공산주의의 실천가인 트로츠키는 말했다.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다(You may not be interested in war, but war is interested in you)”고. 현 정부와 정부의 주요인사들은 걱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남한을 정복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쟁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는 제발 안보에 더욱 집중적인 관심을 쏟기 바란다. 국민들에게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국민 스스로 편안하게 쉬어도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