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124군' 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한 사건이 ‘1.21 사태’다. 그 때 생포된 김신조는 기자회견에서 침투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정희 모가지를 따러 왔수다.” 였다. 이 광경을 TV와 라디오로 보고 들은 국민들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 초년생이었던 필자는 그 때부터 이어지는 북한의 갖가지 만행을 현장 취재 하면서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1.21 사태’ 이틀 뒤인 1월 23일 북한은 동해안에서 미국 정보함정인 푸에블로호를 납치해서 북으로 끌고 갔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외신들은 “북한이 감히 미국 함정을 납치해 가다니” 하면서 곧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우리 국민들도 “또 다시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냐.” 면서 모두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은 2월 7일 경남과 전남을 잇는 경전선 개통식에 참석해 결의를 굳게 다지는 연설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제 우리는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해야 합니다. 우리 고장은 내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며 향토예비군을 창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래서 그해 4월 1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같은 해 11월 울진 삼척 지역으로 침투한 120여명의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큰 몫을 해냈다. 그 뒤로도 예비군은 공비들이 침투할 때마다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1976년 8월 18일에는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 판문점에서 벌어졌다. 북한의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사주경계를 방해하는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들에게 수십 명의 북한군들이 달려들어 미군 장교 두 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었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고, 천인공노할 만행이 아닐 수 없다. 꼭 6.25 동란 때 인민군들이 양민들을 살해하는 수법 그대로였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비서실에 즉각 집무실에 철모와 군화를 갖다놓으라고 명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제3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잊을 수 없는 연설을 했다. 미국은 당시 사건에 대한 응징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을 총동원하여 사건의 발단이 된 미루나무를 공개리에 베어내는 작전인 일명 폴버니언(미국 동화 속 나무꾼 이름)작전을 펴기로 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당시 스틸웰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미루나무 절단 작전에 우리 군이 경호경비를 담당하겠다고 제안했다.
스틸웰 사령관은 비무장을 전제로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통해 제1공수여단 박희도 준장에게 별도의 보복작전을 준비시켰다. 64명의 엄선된 특전사 장병들은 분해된 M16과 수류탄을 숨기고 카튜사 복장으로 위장, 미군의 미루나무 절단작업의 경호업무에 투입됐다. 나무 절단작업이 끝날 무렵 우리 특전사 장병들은 전광석화처럼 총을 조립한 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로 돌진해서 적 초소 4곳을 초토화 시키고 유유히 복귀했다.
북한군은 저항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이때 우리 군의 행동을 저지하려던 미군 장교를 총으로 위협까지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군은 이 사건을 문제 삼아 박희도 장군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일로 김일성은 6.25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미군 측에 유감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박 대통령의 명언이 증명됐던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지 한 시간 뒤 북한은 폭파를 강행했다. 지난 4일 김여정의 담화를 시작으로 북한은 오늘까지도 연일 우리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 다음 단계의 도발을 예고하는 등 협박의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가 이러한 중요한 안보사태에 대한 대처가 너무나 느긋하고 안이한 것 같아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를 두 차례에 걸쳐 소집해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경고가 있자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다시 문 대통령을 겨냥한 악담과 폭언을 계속했다. 이번 사태의 중대성으로 비춰볼 때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가 열려 대통령이 직접회의를 주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두 번 모두 대통령은 참석치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9일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유람선 침몰사고가 났을 때, 비상 근무복 차림으로 청와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현지에 파견해 구조 활동을 돕게 했었다. 지난 2017년 12월 초에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사고자를 위해 청와대 회의 참석자들과 묵념의식을 가졌었다.
그런데 어째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회의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김여정이 무서워서 일까? 아니면 대통령 신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사태를 별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일까?그것마저 아니면 이번 사건이 너무 엄청나서 대처할 대안이 없어서일까? 참으로 걱정되고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니 정부여당 내에서 참으로 기막힌 반응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협박에 반박하고 비판하기는커녕 “한국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북한 표현이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북한 감싸기에 바쁘다. 민생은 제쳐두고 김정은 달래기에 총력을 펴온 것이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인데 북한이 화를 내자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고 고개를 조아리는 격이다.
게다가 내 탓으로도 부족한지 미국까지 끌고 들어간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 “미국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주장과 다를 게 없다. 여당 원내대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니 미국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고 했다. 북한의 상황이 “조지 플로이드와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북제재 때문에 힘겨워하는 북한 경제사정이 미국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을 생각한다는 말이 여당의원 입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이 제재를 받는 것은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이 여당의원 입에서 서슴없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대북제재의 근본 원인인 비핵화를 외면하는 북한의 행태에는 침묵했다. 사태의 본말을 뒤집고 책임소재를 호도하고 있으니 북한으로선 도발 강도(强度)를 높일수록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오판을 했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제사회가 무고한 북한을 제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의 제재는 북한이 핵실험을 6번이나 했고 전(全)세계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중단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군에 의해 우리 국민 박왕자씨가 피살된 사건으로 멈춘 것이다.
핵을 그대로 가지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임을 인정받으면서 제재를 푸는 것이 북한의 목표다. 그러나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저들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의 벌여온 가짜 평화놀음을 집어 쳐야 한다. 따라서 대북 대응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대화로 푸는 게 최선이지만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명언대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확실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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