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사업은 공익성 또는 안보적 이유로 독점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통신 수요가 다변화하고 외부로부터 통신 시장의 개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세 차례에 걸쳐 통신 사업의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단계적으로 경쟁을 도입했다.
1990년 1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에 따라 국제전화(데이콤), 무선호출(TRS 전국/지역사업자), 이동전화(SK텔레콤, 신세기통신) 사업분야에 제한적인 형태의 경쟁을 도입했다. 1994년 2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으로 시외전화(데이콤)에 경쟁을 도입하고, 무선통신분야에서는 개인휴대통신(PCS), 주파수공용통신(TRS), 발신전용휴대전화(CT-2) 등 신규 서비스가 등장했다. 1995년에는 3차 구조개편으로 개인휴대통신(3개 PCS사업자) 등 7개 분야, 27개 기간통신사업자(온세통신, 하나로통신 등)가 시장에 진입했다.
세 차례의 걸친 정부의 통신사업 구조개편 결과에 따라 수십개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출현해 경쟁하면서 출혈 경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후발 통신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없이 필요 이상으로 사업자가 양산되면서 결국 경영 위기를 맞게 됐다. 그 결과 중견통신사업자의 법정관리 및 PCS 사업자, 데이콤, 하나로통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거대 통신 3사(KT, SK텔레콤, LGU+)중심으로 통신시장이 재편됐다.
90년대 이후 거대 통신사업자는 고속 성장하는 반면 중소통신사업자들은 거의 붕괴하다시피했다. 물론 거대 통신사업자의 논리대로 전 세계적 개방화 흐름 속에서 경쟁력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도 필요했을 것이고, 세계화 속에서 정부도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통신강국 코리아' 위업달성이라는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통신시장이 거대 통신 3강 구도의 경쟁체제로 고착화되면서 부작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시장경쟁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이 아닌 단말기 교체수요에 의한 보조금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도입과 와이브로 사업자 추가선정 등의 해법을 동원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만큼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착화된 시장 상황에서 지금까지 힘겹게 유지해 온 온세텔레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등 중견 기간통신사업자의 존재와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사업자들은 정부의 통신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해 독자적으로 전국에 걸쳐 광케이블 기간망 및 간선망을 구축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국내 통신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통신정책이 세계화 흐름 속에서 기간통신사업자 육성이라는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고 통신산업의 균등발전을 완성하는 질적인 성장을 촉진해 세계 속에서 통신강국 대한민국을 세울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들 중견통신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규모를 키워 각자의 사업역량을 상호보완 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 등의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다. 중견통신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성장은 국내 통신시장의 발전과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통신 시장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견 통신 사업자를 아우를 수 있는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산업구조개편을 경제 분야의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도 중견 통신사업자와 거대 통신사업자의 상생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네트워크의 중복 투자를 지양하고 중견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공공 기관의 네트워크에 중견 통신 사업자의 망이 활용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중견 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MVNO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통신망 상호접속 및 연동 시험 등의 과정에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의 동반 상생 의지도 중요하다.
<한운영 세종텔레콤 본부장>
'시사정보 큐레이션 > ICT·녹색·BT·NT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동통신 3사 "N스크린 시장 잡아라" (0) | 2011.01.07 |
---|---|
태블릿PC 시대, 교육·출판·미디어가 돈 벌려면… (0) | 2011.01.06 |
제4 이통사(MVNO)ㆍ종편 등장… 방통시장 지각변동 예고 (0) | 2011.01.06 |
스마트TVㆍ태블릿PCㆍ4G폰 "올해 확실히 뜹니다 (0) | 2011.01.06 |
美 연말 전자책 판매 급증 (0) | 2011.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