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을 읽는다] 인간, 앱(App)과 웹(Web) 양날개 달고 '神의 경지'로
조선일보 경제 2011.01.06 (목)
'스마트 개인'의 출현
시공간 제약없는 정보 활용, 인간의 합리성 크게 높여…
'치킨 전쟁' 등 사회적 이슈 '스마트 개인'들이 이끌어
새해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첨단 모바일 기기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연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연초의 가입자 수 80만명에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전화 가입자 중 스마트폰의 비중이 아직 15% 정도에 머물고 있는 점과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 PC가 이제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스마트 환경이 차지하는 의미는 점점 중요해질 전망이다.
스마트 환경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그 속에서 생활하는 개인의 진화도 거듭되고 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개인에게 학습과 업무를 처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펜(pen)'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개인에게는 PC와 함께 '웹(Web)'이 그 자리를 차지해 디지털화된 수많은 정보를 활용하여 목적하는 일을 수행하고 여가를 즐기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제 스마트폰의 활용과 함께 본격화된 스마트 시대의 개인은 '앱(Application)'을 쓴다. 응용 프로그램인 수많은 앱 중에서 자신의 필요에 맞추어 선택·가공함으로써 유용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앱의 이용이 개인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나아가 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웹'과 '앱'이 자유롭게 활용되는 태블릿PC가 본격화되면 두 가지 영역의 시너지 효과로 개인의 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스마트 환경에서 개인은 정보의 검색과 축적,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시간적·공간적 제한 없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시공의 제한을 넘어 실시간 검색을 통해 얻게 된 정보는 무언가의 선택에서 늘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줄여줌으로써 개인의 합리성 증진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발견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스캔하여 검색하면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 또 이제는 보편화된 버스 도착시각 알림 서비스는 앞으로 택시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현재 위치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 중에서 소비자가 선택하여 직접 호출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스마트 기술의 활용을 통해 개인은 변화의 동인이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여 활용하는 적극적 행위자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네트워크'의 성격이 달라진 데서 기인한다. 과거 개인이 가진 네트워크가 주로 출신학교나 직장·지역처럼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간에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네트워크는 각자의 관심과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열려 있고 유동적이다.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인 미국의 라인골드(H. Reighgold)는 이처럼 목적과 필요에 따라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스마트 맙(smatr mob)'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일시적이고 유동적이지만 영향력이 미미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9월의 태풍 곤파스로 인한 재해상황과 10월의 해운대 고층 아파트 화재에 대한 실시간 전달에서 얼마 전 대형마트가 싼값으로 치킨을 판매하면서 비롯되었던 '치킨 전쟁'까지 최근 사회적 이슈의 배후에는 늘 '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정부는 현재 '스테이 커넥티드(Stay Connected)'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8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백악관 홈페이지와 연결하여 국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파트너로 '그들'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미디어적 측면에서 스마트폰의 등장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기존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음성통화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매개로 하여 모르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게 됐다. 또한 이제는 유명인사의 근황과 생각을 그들의 마이크로 블로그(micro-blog)를 통해 접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취재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라이프 로깅 측면에서는 기존의 블로그나 미니홈피같이 일상 경험에 대한 기록부터 자신의 위치정보 같은 비의도적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인 축적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개인 차원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마케팅에 있어서도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 시대의 급진전에 따른 우려할만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의 한 시민은 트위터를 통해 무심코 올린 휴가 계획으로 강도를 경험했고, 은연중에 노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하여 가족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일도 나타났다. 또한 악의적인 피싱 메시지를 전송하여 신상정보를 알아내 2차 범죄에 이용하는 등 예기치 못한 피해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이나 마이크로 블로그의 '이용 증가'가 '의존 심화'로 연결됨으로써 건강한 사회활동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올해도 기술 발전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스마트한 환경은 보다 다차원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환경이 곧 '스마트 개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이용이 동반되어야 한다. 스마트 기술로 인해 강화된 개인의 역량이 성숙한 이용과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와 문화의 창출로 선(善)순환 될 때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스마트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배영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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