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健保 1조3000억 적자는 '고령화'의 첫 번째 재앙

배셰태 2011. 1. 4. 11:03

[사설] 健保 1조3000억 적자는 '고령화'의 첫 번째 재앙

조선일보 칼럼 2011.01.03 (월)

 

2010년 건강보험 재정이 1조2994억원 적자(赤字)를 기록했다. 총 수입은 국고지원금(3조9000억원)·담배건강증진기금(1조원)까지 합쳐 33조6000억원인 반면 지출은 34조9000억원에 달했다. 건보 재정에 남아 있는 돈은 9600억원밖에 안 된다. 지금 추세로는 열흘밖에 견딜 수 없는 돈이다. 건강보험이 2000년 7월 지역과 직장의보가 통합된 후 직장의보 적립금이 일시에 소진됐던 때 이래 10년 만에 다시 재정위기를 겪을 상황을 맞았다.

건보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高齡化)에 따른 진료비 부담 증가에 있다. 건보 혜택을 받는 사람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올해 처음 10%를 넘어섰다. 이들 10% 노인층에 나가는 진료비가 전체 건보 지출액의 3분의 1에 달한다. 현재 월 300만원을 받는 샐러리맨은 보험료를 16만원 정도 내고 있지만 지금의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면 2020년엔 30만원을 내야 할 만큼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건보 재정이 파탄나면 병·의원들은 보험 환자를 거부하거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골몰할 수 있다. 새 항암제나 수술법이 나와도 '비(非)급여'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 서비스는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건보 재정적자는 단기적으론 보험료율을 올리고, 환자의 부담을 늘리고, 진료비 심사를 강화하고, 국고(國庫) 지원을 늘려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처방엔 한계가 있다. 고령화는 하루아침에 극복되거나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결국 건강보험뿐 아니라 국민연금, 국가 복지 재정에도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좌파 일각에선 근로자·기업의 건보 보험료와 정부 지원금을 한꺼번에 34% 늘려 건보만 갖고도 모든 병원비를 댈 수 있게 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무슨 시민운동이라면서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무상(無償)급식, 70% 복지, 보편적 복지 같은 선심성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고령화에 따른 건보 위기, 복지 위기, 재정 위기에 정면으로 부딪쳐보겠다는 양심적인 세력과 책임 있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