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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도입은 제2의 IT 혁명

배셰태 2010. 12. 28. 10:54
"스마트폰 도입은 제2의 IT 혁명"

연합뉴스 경제 2010.12.28 (화)

 

아이폰4(자료사진)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 거대한 충격 초래
언론 의제설정권력 약화되고 개인미디어 등장
"기계 판단 옳다"..기계에 통제되는 사회 우려

 

전문가들은 1990년 월드와이드웹(WWW) 탄생이 인터넷 혁명의 촉매가 됐듯 스마트폰 보급이 스마트 혁명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혁명의 키워드는 '실시간성'과 '유비쿼터스(ubiquitous.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획득하거나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24시간 네트워크 접속..'실시간' 교류

김영걸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여러 측면에서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생겼을 때 전 세계 사회, 경제, 비즈니스 등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충격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 혁명 땐 PC가 중심이어서 직장이나 집에 묶여 있었는데 이제 스마트폰 혁명으로 시간과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게 됐다"며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과거엔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 시차를 두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생각이나 경험, 목격한 사건을 인터넷에 올렸다면 이젠 현장에서 바로바로 이런 것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나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비슷한 기능을 했지만 실시간성에서 뒤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게 가능해진 것은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다는 것, 즉 '올웨이즈 온(always on)'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혁명에선 '즉시성'이나 '실시간'이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식당이나 미술관 등 어떤 장소에서 느낀 점이 있어도 예전엔 집에 들어가 이를 다시 쓰려다 보면 포기하게 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젠 그 위치에서 실시간으로 쓸 수 있다"며 "수많은 의견이 인터넷상에서 생성되면서 그 정보의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벤처기업 폭발적으로 생겨날 것"

김 교수는 이런 즉시성에 이용의 편리성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폰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 버리기 쉬운 사람들의 욕구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문을 보다가 사고 싶은 책을 발견해도 PC가 옆에 없거나 PC를 켜고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기 귀찮아 그냥 지내다 욕구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간단히 주문할 수 있어 책 사는 양이 종전보다 5∼10배 늘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영화나 공연 같은 서비스도 지금까지는 시간이 지나면 팔지 못했는데 실시간 네트워크를 통해 할인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자상거래가 기존의 상거래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면 모바일 상거래, 소셜커머스는 PC 기반 전자상거래를 뛰어넘어 오프라인 상거래를 위협할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벤처가 기지개를 켜고 앞으로 5∼10년간 폭발할 것"이라며 "인터넷 혁명 때 구글, 이베이, 야후, 아마존 등이 생겼듯 이번에 모바일,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을 통해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네트워크에 따라 입수 정보 각양각색"

한 교수는 "과거엔 언론에서 '이게 중요한 어젠다'라고 틀을 설정해 알려주는 게 중요했다면 이젠 SNS 친구들이 나한테 전달해주는 게 정보의 우선순위가 앞서게 됐다"며 "언론의 의제설정 권력이 분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NS 검색이 일반 포털사이트 검색과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은 누가 검색을 하든 똑같은 결과를 내놓지만 SNS 검색에선 자신이 가진 관계망에 따라 다른 검색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트위터, 페이스북에선 어떤 사람들과 친구 관계인가에 따라 얻는 정보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며 "의제설정 권한 분산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개인 미디어 등 새로운 사람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자료사진)

다만 이에 따른 정보 격차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과거 '디지털 디바이드'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생겨났다면 이젠 어떤 네트워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정보 격차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동통신 시장에도 권력 분화

이동통신 시장에도 변화는 불어 닥쳤다. 통신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던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권력의 분화가 일어난 것이다.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엔 통신사업자가 모든 걸 통제했는데 스마트폰 도입 후 통신사업자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사에게 '나에게 맞는 단말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콘텐츠 생산자에게도 '우리 가입자가 쓸 이런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젠 이처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나 연구위원은 "통신 생태계의 권력 구조 자체가 통신사업자로부터 단말기 제조사나 구글.애플처럼 운영체제(OS)를 만드는 회사,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측면에선 휴대전화 기계 자체가 세계화되면서 외국기업인 구글이나 애플 중심으로 팔려 국내 시장에 큰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다만 단말기의 경우 삼성의 '갤럭시S' 등이 비교적 빠르게 따라잡고 있지만, 콘텐츠 쪽에선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나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 극단적 개인화나 기계 의존 우려

이른바 '개전(個電) 매체'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극단적인 개인화나 인간적 감수성의 퇴행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사는 "스마트폰의 가장 큰 기여는 사람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이 가전(家電), 즉 가정에서 쓰는 매체에서 개인이 전용하는 개전(個電)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개인 미디어를 극대화한 매체로 그 안에 자기가 원하는 앱을 넣으면서 자신에게 맞춤화된 매체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가장 극대화된 개전 매체의 형태로, 개인의 특성, 개성들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아주 극단화된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이 단말기에 몰입하듯 '공적 공간에서도 사적 공간이 존재하는' 극단적 개인주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SNS가 활성화됐다고 하는데 너무 개별화된 사회에서 또 다른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의 지나친 기기 의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사람이 사물에 대해 판단이나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근거는 경험이나 지혜, 지식이어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처럼 기계가 판단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 큰 차원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기계에 통제되는 사회에서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멀리 나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예전엔 굳이 버스 도착시각을 몰라도 기다릴 수 있었는데 이런 걸 정확하게 알려고 하면서 인간의 감성이 조금씩 말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