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미FTA가 ´도끼질´ 없이 비준돼야할 3가지 이유

배셰태 2010. 12. 5. 11:58

한미FTA가 ´도끼질´ 없이 비준돼야할 3가지 이유

데일리안 경제 2010.12.05 (일)

 

<칼럼>

추가 협의 결과 경제적 이익의 균형 여부 검증 필요
북을 압박하고 아태지역내 전략적 균형유지 기여 주목해야

-방병국 칼럼니스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타결됐다. 지난 2007년 첫 타결 이후 무려 3년여 만에 양국간 추가 협의가 최종 마무리된 것이다.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는 대신 농산물 분야에서 일정한 양보를 얻어냈다고 한다. 쇠고기는 추가 개방을 막고.

 

하지만, 야권이나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굴욕협상이니 퍼주기 외교니 하면서 한미간 경제적 균형이 무너졌다고 난리다. 특히 연평도 사태 직후 이번 협의가 타결되었으니 제대로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미국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온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비준이나 여론의 반발이 녹록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이하 우리 대표단이 호락호락하게 당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전체 타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 한미 FTA 추가협의 타결의 의미를 한 번 짚어 보기로 하자.

 

첫째, 자동차와 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이익균형 여부를 따져 봐야겠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 FTA를 타결 지을 경우 전체적으로 우리의 대미 교역이 증가하고 서비스산업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무엇인가 주고받을 때는 양자간 균형이 맞아야 한다. 만일 균형이 맞는다면 주고받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게 협상이니까.

 

사실, 2007년 이후 꽤 오랜 시간을 끌어왔기에 양국의 교역 환경이 다소 변했다. 당시만 해도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던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이제는 8%를 넘어 10%를 바라볼 정도로 커졌다.

 

미국으로서는 견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는 한미FTA를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우리에게 관세철폐 시한 연장, 환경·안전기준 완화 등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대신 받아온 게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이다. 추후 협상 내용이 공개되면 면밀히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하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치일피일 미뤄온 한미FTA 협상을 무효화시키지 않으려면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둘은 우리가 GNP 3만불, 5만불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발효시켜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전문가들은 협정 발효시 서로 자국의 이익이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양국간 교역이 증가하는 것이지, 어느 일방의 수출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상호 윈윈이 될 수 있게 노력해 가는 일이 남았다.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미국 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고, 미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한국과의 FTA를 자국 시장과 일자리를 뺐기는 일이라며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한미 FTA는 한미 동맹의 강화이자 북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점이다.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북의 도발은 점점 대담해지는 추세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경기도 북부에 대한 포격이 있을 거라는 소리도 들린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경쟁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우려와 대응책을 촉구하는 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왔다. 나라 안이 온통 술렁거리는 가운데, 때마침 한미FTA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미 FTA는 단순히 양국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선을 넘어선다. 한미간 보다 깊숙한 경제협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맹이 강화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의 수가 더 늘고,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미국의 투자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는 한국과 연관된 미국의 이익이 더 커지는 일이기에,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도 커진다고 봐야 한다.

 

무모한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확고한 격퇴 의지에 더해 미국의 강력한 안보 공약 준수 의지가 북을 압박할 것이다.

 

셋째, 한미 FTA는 우리의 아태(亞太) 지역내 전략적 균형 유지에 유익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에 추가 협의가 비교적 속전속결로 끝난 것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의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끝까지 북을 감싸고 돈 중국에 대해 제법 무게 있는 항변이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도 최근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지위가 흔들리자, 아시아 각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FTA 타결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커지고 있음을 느끼고, 한국을 더 이상 홀대해서는 안 되겠다고 자성하게 되기를 바란다.

 

아마, 일본은 이번 한미 FTA 최종 타결에 조바심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한국에게 선수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경계심을 돋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미 FTA 최종 타결은 한미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전환점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를 넘어 안보와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이다.

 

내년에 양국 의회에서 비준절차를 거쳐 하반기쯤 발효되면, 우리는 내년 7월 발효되는 한EU FTA와 함께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맛보게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를 잇는 FTA 연계망을 갖춘 세계적 통상국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중국과 일본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비록 미국에게 선수를 빼앗겼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편, 농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한지, 또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정부는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숱한 대책과 지원책이 나왔지만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돌아보고 손을 써야 할 일이다.

 

끝까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국회다. 이번에는 도끼와 쇠망치가 난무하지 않고 한미 FTA가 비준이 되었으면 하는 게 사치스런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