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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싸진다더니’ MVNO 정책 표류

배셰태 2010. 11. 9. 23:14

통신비 싸진다더니’ MVNO 정책 표류

경향신문 IT/과학  2010.11.07 (일)

 

ㆍSKT·KT 등 의도된 비협조… 현재 2개 업체만 서비스
ㆍ“20% 인하효과” 당초 전망 무색

정부가 휴대전화 요금을 내리기 위해 도입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정책이 시작부터 표류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한 달이 넘었지만 휴대전화 요금을 낮출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MVNO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MVNO는 기존 통신업체의 망을 빌려 사업하는 업체를 말한다. 정부는 MVNO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이통사로부터 통신망을 싸게 빌려 저렴한 음성통화 요금제 등을 선보이는 업체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 같은 MVNO가 많아지면 기존 이통사들도 요금 인하에 나서게 돼 전체적으로 통신요금이 20%가량 싸질 것이란 게 정부의 예측이었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전화재판매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계약한 MVNO는 ㅎ통신과 ㅇ텔레콤 등 2개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두 업체는 정부가 당초 도입하려던 MVNO와는 거리가 먼 업체들이다. ㅎ통신은 신용카드 결제 등 일부 모바일 결제와 관련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음성통화 서비스와는 관계가 적은 업체인 셈이다. ㅇ통신은 ‘음성통화 MVNO’로 관심을 모았지만 실상은 선불요금제 사업자라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국내 선불요금 가입자는 67만여명으로 전체 시장의 1.4%에 불과하다.

KT와 LG유플러스와 계약 중인 MVNO들 중에서도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불러올 만한 파급력을 가진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KT와 계약 중인 3개 업체 중 2곳은 선불요금 사업자다. LG유플러스는 7개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종전의 ‘별정통신사업자’들로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우량 MVNO가 등장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고시안에 따르면 MVNO들은 자체 설비
투자 규모에 따라 단순 이동전화재판매부터 완전 MVNO까지 기존 이통사가 제공하는 음성통화 소매가의 31~44%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마진을 붙이면 소비자가 내는 이동통신 요금이 돼 종전 음성통화 요금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MVNO 업계에서는 “음성통화 소매가 할인율을 최대 60%까지 높여야 사업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MVNO 관계자는 “현행 할인율로는 수익의 70%가량이 도매가를 채우는 데 들어가
마케팅 비용이나 초기투자비용 등을 제외하면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이통사들은 현행 할인율도 높게 책정돼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문제다. KT의 경우 계약을 맺는 MVNO에 음성통화 1개 회선당 3000원의 기본료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MVNO의 시장진입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는 “의무사업자가 아닌 상황에서 정부가 고시한 할인율을 지킬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도 자사의 망을 임차하는 우량 MVNO가 출현할 경우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 있어 MVNO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애초부터 MVNO 사업자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나 ‘유·무선 통합할인요금제’ 등 기존 인프라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이통사들의 경쟁 상대가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