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났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문재인은 작년 대통령 탄핵이후 줄곧 이어온 각종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에서 선두권을 유지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대선 판은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처럼 출발점부터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면 보수진영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여 맞붙었어도 결코 이기기 힘든 싸움이 분명했는데도 정치의 이상을 추구하는 교조주의와 정치가 현실일 수밖에 없는 현실주의가 서로 다른 깃발을 들고 흩어져 있었으니 결말은 투표결과처럼 참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필연이었다.
보수진영의 패배 원인을 나열하자면 수십 가지는 되고도 남을 것이다. 좌파진영이 보수진영과 다른 점은 하나의 공동 목표가 정해지면 생각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해도 결코 흩어지지 않고 무섭게 결속한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간 실시되었던 여론조사가 그렇게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언제나 선두였다. 그러자 보수진영 일부에서는 여론조사가 조작된 것이라고 믿지도 않았다. 믿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조작된 여론조사라고 해도 100% 조작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여론 흐름의 추이(推移)까지는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이 유독 보수진영에서 편향되게 일어나 후광효과는 처음부터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보수진영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의의 일격을 당한 여파로 인해 자중지란을 초래함에 따라 전열을 가다듬을 틈조차 없이 우왕좌왕 하는 도중에 대선이라는 큰 전선을 만났다는 것과 이에 대응할 시간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많은 원인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소위 보수진영 후보가 받은 표를 다 합해도 문재인이 받은 표에 미치지도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었는데도 보수진영이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겨우내 태극기를 들고 나간 탄핵 반대 세력의 착시현상은 보수의 균열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작용하여 관망하는 일부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으로부터 정치 허무주의와 정치 냉소주의를 불러 일으켜 제3의 후보에게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한 것도 보수 패배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증명서가 투표결과에 나왔다. 일부 태극기 세력이 마지막까지 남아 원리주의를 들먹이며 지지했던 기호 6번 조원진의 전국 득표수 42,949표(0.1%)는 착시현상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참상을 직접 목격했으면서도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새누리당과 조원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보수의 앞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전조(前兆)해 주고 있어 치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늘부터 대통령의 신분으로 등장한 문재인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하여 청와대 참모와 국무총리 그리고 일부 각료를 지명했다. 보수진영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될 운동권 출신 강경 좌파출신의 일부 기용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앞으로 펴나갈 정치의 방향을 시사해 주고 있다. 오늘의 인사조치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도 진보좌파 성향의 인물을 정권의 요직에 상당수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재인의 당선은 현재 파면을 당해 구속되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결코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을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에 나선 세력은 대통령의 탄핵은 불순한 세력이 기획한 부당한 탄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주장도 문재인 정권하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이 대선에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는 것은 저들이 일으킨 탄핵이 정당했다는 것을 국민으로부터 추인(追認)을 받은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진영의 대선 패배는 어려운 숙제만 가득 남긴채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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