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나면 굵고 튼튼한 씨앗을 남기거나 심어서 다음 해 농사를 대비하는 것이 농부의 지혜입니다. 변함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곧 다가올 엄동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축적했고, 그 혹독한 겨울 내내 꽃피고 새우는 봄날을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품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역 山地剝卦에서도 碩果不食의 지혜를 말하고 있습니다. 만상이 음기로 시들어갈 때 큰 씨 과일은 먹지 않고 남겨둠으로써 새 날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소인배나 협잡꾼이 득세할 때 조용이 새로운 날을 대비하여 의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초봄의 기운이 퍼져가는 4월 초에 이 나라는 새누리당이라는 씨 과일 하나를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땅에 뿌렸습니다.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기에 앞서 새누리당은 암적인 존재(아직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의 불의와 폭거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정당이며, 不惑과 知天命은 물론 耳順과 無欲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의 거대한 결집체입니다. 세상이 천박하게 변하여 나이들면 쓸모없음의 한 구석으로 처박아 놓고 사회적으로 감당해야할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지만, 새누리당의 주축은 누가 뭐래도 질곡과 고난의 날들을 자랑스러운 현대사로 묶어낸 5-60세 전후의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이 국민들의 결사체는 당연히 쓸모없음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농밀하게 녹아내리는 寶庫입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자산은 무궁무진하며 그 가치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누리당이 지향해야할 길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광장의 태극기 집회의 세력과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정당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광장의 집회는 불의에 대한 저항의 표출이지만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정당은 국가와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저항을 표출하는 공간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공간으로 완전한 공간이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여기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국민을 위하여 국가를 운영할 역량을 갖춘다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 방법이 정권의 장악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 지방의회는 물론 국회로 진출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하여 자치역량을 축적해야 하며, 대통령 선거에서 유능한 후보자를 앞세워 대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당의 책임을 생각하면 창당하는 일은 단순히 축하할 일이 아니라 두려운 일입니다. 이 나라의 정당사를 돌아보면 그 책임을 제대로 완수한 정당은 이승만의 자유당과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입니다. 자유당은 왕조와 외세의 정치적 공간에 처음으로 자유를 이식하고 자유를 수호해낸 정당이며, 민주공화당은 조국 근대화의 새 역사를 일궈낸 정당입니다. 자유당 하에서 국민은 자유를 위하여 기꺼이 피를 뿌렸고 공화당 하에서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땀을 뿌렸습니다. 이 땅의 보수의 가치가 피와 땀으로 대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는 정치적 자유의 상징이며 땀은 경제적 신념과 가치의 상징입니다. 새누리당의 창당의 목적은 단언하건데 이 두 정당이 만들어낸 가치를 계승하여 大治의 큰 길을 열고자 함에 있을 것입니다. 이 길을 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5월9일 대선을 변곡점으로 하는 길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대선이 한 달여가 남은 상황이지만 대선후보를 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선의 광장에 뛰어든 이상 이제는 탄핵반대의 담론을 뛰어넘는 새누리만의 이야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국가를 경영할 주체적 역량을 갖춘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지난날을 되새김하여 새누리당의 역사적 정체성을 세워야하고 그 전제 위에서 현재의 국가적 아젠다를 정립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 바탕 위에서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공감대를 형성해내야 합니다. 광장에서의 탄핵반대는 집회의 구호일 뿐 이제 이 대선에 뛰어든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관계 정립에 관한 문제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행보에 비판할 여지가 많지만 선의의 경쟁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대선에 임박해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태극기 집회의 상징인 김진태 의원이 후보경선을 치렀기 때문에 자한당과 협력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바른 정당은 새누리당의 발목조차 적시지 못하는 한 떨기 이슬에 불과할 것이기에 협력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전에 보수의 가치를 서로 토론하고 합일점을 찾는 노력을 하면서 보수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자한당에 종속되어 이용당하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한당과 경쟁하면서 역량을 비축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홍지사가 대권을 잡는 것은 비유하건데 오른손잡이의 상처 입은 손에 있던 칼자루가 왼 손으로 옮겨간 것과 같습니다. 강도의 손으로 칼자루가 넘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른 손의 상처가 아물면 언제든지 왼손에 있던 칼을 다시 힘 있는 오른 손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협력과 단일화의 당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가치와 공약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자한당에 이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협상의 단계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공약을 수용하는 것을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새누리당의 존재감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변곡점을 지난 대선 이후에는 정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보수후보가 패배할 경우 바른 정당은 좌파에게 흡수되거나 와해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한당도 해체가 불가피합니다. 탄핵 상황에서 기회를 노렸던 자들도 바른 정당과 같은 길을 갈 것이며, 그 파장의 과정에서 지방선거에 대비하여 새로운 보수정당의 창당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새누리당이 주도권을 쥐고 혁신적 정계 개편을 할 수 있는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곧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주도로 단체장과 교육감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한당과의 협력과 단일화를 통해서 보수후보가 승리하면 헌정질서를 유린한 암적인 존재의 실체를 규명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새누리당은 향후 정국에서 주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국가운영에 참여할 기회가 온 것이며, 간접적으로 정국의 물꼬를 틀어잡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음모의 배후가 드러나기도 전에 박대통령이 갇힌 감방의 문이 저절로 열리게 될 것입니다. 또한 탄기국 주도의 새누리당에 새로운 인재의 결집이 일어날 것이며, 언론의 고해성사와 정론이 펼쳐질 것은 자명합니다. 이 상황이 오면 국가적 아젠다를 大治의 무대에 올려놓고 큰 길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국민적 평가와 지지가 대하를 이루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5월 대선을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새누리당의 역량을 키우고 확산시키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며, 그 방법으로서 자한당의 홍준표 후보와의 선의의 경쟁과 협력, 단일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5월 대선에서 보수후보가 승리할 경우 새누리당은 용의 잔등에 올라탄 것과 같으며, 패배하더라도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지각변동 상황에서 주동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바탕 위에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5월 대선에서 보수층의 분열을 막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자한당과 협력하여 표의 확장을 가져오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이 최악과 차악의 대결이 되도록 방치하고 그 중 어느 하나가 승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보수의 위대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사정보 큐레이션 > 국내외 사회변동外(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우려’ 해외언론 VS '무관심' 한국언론 (0) | 2017.04.07 |
---|---|
●[여론조사] 미국인.동맹국 보호 군사력 사용 찬성 64%...북핵 보유 우려 88% (0) | 2017.04.07 |
[스크랩] 물 건너 간 5월 대선에 깨춤 추는 군상들 (0) | 2017.04.07 |
●[월드미래판연구소] 트럼프와 시진핑 힘겨루기/북핵 어떤 경우에 포기할까 (0) | 2017.04.07 |
[월드미래판연구소] 새누리당 진로 /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3파전 정리 (0) | 2017.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