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일 세종로 사거리에서 대한문 서울광장을 거처 남대문 서울역 그리고 종각을 넘어 동대문 또 세종문화회관 계단 정부종합청사 앞 등에 이르는 거리에는 온통 태극물결로 가득 차 넘실거리는 한반도 역사 이래 최대의 인파가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이날 주최 측에서 발표한 인원은 500만이었는데 이쯤 되면 숫자에는 별 의미가 없을 정도다 오르지 인산인해라는 말을 눈으로 확인할 뿐이다
함성은 여태 들어본 적이 없는 장대한 음으로 가슴을 뚫고 나가 바람 속에 태풍을 이룬다, 무엇이 이들을 여기로 불렀는가 어떤 눈에는 노기가 서리고 어떤 시야에는 슬픔을 담고 또 어떤 눈망울은 젖어 흘러내리기도 한다 가락에 맞춘 율동이 있는가 하면 흐르는 군가에 팔을 젓기도 하며 그 행태는 수만 가지다 그렇지만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단 하나 탄핵기각, 탄핵반대, 탄핵무효 그러니까 잘못된 탄핵에 대한 국민의 꾸짖음이었다
한 세기 전 일재 압박에 항거하여 무명 저고리 밖으로 뻗은 맨손에 든 태극기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그 기개를 이어 이날은 억지로 만든 대통령 탄핵을 나무라며 죽어 넘어진 정의를 세우는 함성으로 절규했다, 목이 갈라졌다 소리가 터져나갔다 드디어 울음으로 들린다
마주한 그가 건너 말한다, "죽이면 죽으리라" 무슨 소린가, 목숨을 거는가, 마지막 갈 곳마저 걸었단 말인가, 왜 이리 지독히 어려운 말로 부르짖어야 하는가, 건너 건너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이제 분노를 넘어 섬광이 번득인다, 그렇게 갈구할 수밖에 없는 그 길은 어떤 길이던가
세상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부르짖어야 귀가 뚫리고 눈이 터진단 말인가, 정의를 외면하고 인간의 선을 배반하고 옳지 못한 곳을 향하여 가는 것을 되돌리는 것이 이다지도 고달픈 일인가, 메아리쳐 온 그 맨 끝에 숨조차 쉴 수 없는 이 일이 거짓과 허위 선동에 녹아 대명천지에 껍데기를 벗기고자 함인데 어찌 하늘이 모를 리 있다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