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연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과연 유연근무제는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저출산 대응 등 국가적 현안을 풀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유연근무제의 확산 필요성과 운영 방안 등을 살펴보며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로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와 조직구성원의 개인주의화 성향, 가정과 여가생활의 중시 등 국민의 사회참여와 생활패턴의 변화도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유연근무제(Flex Working 또는 Flexible Work Arrangements)입니다. 유연근무제는 정형화된 근무형태에서 탈피하여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조직관리 전략을 의미합니다. 근로자는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유연근무제는 좁게는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의 다양화에서부터 넓게는 근무복장·근무방식 등 업무문화의 유연화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유연근무제는 근무장소, 시간, 방법, 복장 등에 따라 탄력근무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집약근무제, 재량근무제, 시간제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유연복장제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특히,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시간제근무(Part-time work)는 현재 시범 실시 중에 있으며, 오는 10월경에 전 부처로 확대 실시될 계획입니다. 시간제근무는 일자리 창출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큰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연근무제 뿌리내린 스웨덴, 여성 고용률·출산율 모두 높아
현재, 유연근무제가 가져올 효과에 관해 노동계와 여성계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시간제근무가 실업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시장을 키우는 효과만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있으며(Meulders, 1995), 유연근무제가 여성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유연근무제가 여성들을 계속 여성적인 일에 머물게 하여 성별 직종 분리를 유지시키고, 남녀 임금 차이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Hakim, 2006). 또한 시간제근무로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져 근로자들을 더욱 불안한 고용상태로 내몰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Gonas, 2002).
직장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워킹맘에게는 유연근무제가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자료사진)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유연근무제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가족친화적 정책(family friendly policy)과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유연근무제와 시간제근무가 뿌리내린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고용률이 높음에도 출산율이 매우 높은 결과를 보입니다.
결국 유연근무제에 관한 논쟁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도입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도입하여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제도이므로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쟁점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연근무제의 도입에 있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유연근무제의 운영을 위한 상세한 세부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나, 아직은 관련된 다양한 지침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의 실제 수요를 흡수하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지침이 필요합니다.
둘째, 일선 관리자는 일관성 있게 유연근무제를 운영해야 합니다. 유연근무제가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수용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앞서 언급한대로 상세한 세부지침을 마련하여 직원의 불만요인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어야 하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예외적인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따라서 세부지침이 다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선 관리자의 일관성 있는 관리가 반드시 요구됩니다.
유연근무제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장기적인 홍보 필요
셋째, 앞서 말한 일선 관리자의 유연근무제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유연근무제의 성패는 복잡한 제도를 운영해야하는 관리자들이 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홍보도 누구보다도 일선 관리자를 그 주된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일선 관리자에 대한 홍보는 일방적인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도의 장점을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여 보여주고, 이해를 얻는 방향으로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홍보는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홍보를 추진하여 관리자들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넷째, 유연근무제에 관한 지속적인 평가와 평가결과의 공개가 필요합니다. 도입 초기단계에 있는 유연근무제의 경우, 반드시 매년 주기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공개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대상자인 공무원의 인식이 조사되고, 그 결과가 환원되어 운영의 보완이 계속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섯째, 유연근무제의 실시를 위해서 충분한 재정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체인력의 채용이 요구되는 유연근무제는 필연적으로 추가비용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유연근무제의 시행을 권장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거나 또는 국회가 직접 예산을 책정함으로써 재정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정부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전 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에서 유연근무제가 정착된다면, 이는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고, 우리 사회가 처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저출산·고령화의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이것이 공공부문의 유연근무제가 성공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고/진종순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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