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광장에 갇힌 한국의 민주주의...민주주의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배셰태 2016. 12. 19. 09:27

광장에 갇힌 민주주의

미래한국 2016.12.19 김충남 대통령학 전문가

http://m.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262

 

민주주의를 법치라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법을 위반했을 때야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시대이다.

 

한국인의 특성을 냄비 기질로 부르기도 한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다는 뜻이다. 최순실 사건이 사태로 확대되고 그것이 커져서 행정부가 무력화되고 국가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대다수 국민이 분노와 좌절과 허탈감에 빠져 생업조차 손에 안 잡힐 지경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런 사건이 터지면 손가락질은 몇 사람에게로 집중된다. 그들만 없어지면 된다는 식이다.

 

이 같은 패턴은 계속 되풀이되어 왔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나라에 결코 어울리지 않은 현상이다. 이 같이 된 데는 언론이 크게 ‘기여’했다. 냉철해야 할 언론까지 ‘이성’을 잃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 심지어 사생활까지 뒤집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보도 경쟁을 하는 가운데 불확실한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며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한다.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데 대통령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자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 대해 “몰염치하다”고 썼고 어떤 신문 사설은 대통령을 향해 “뻔뻔한 자가당착의 궤변”, “배째라식 도박”, “이런 꼼수”, “부끄러워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라고 썼으며, 한 신문의 논설위원은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할 테면 해보라’는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으니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고 했다.

 

도덕적 데카당스가 가장 큰 문제

 

어떤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도 했다. 종편방송을 포함한 방송은 이보다 훨씬 심하다. 언론재판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만 공정해야 되고 언론은 공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 하는데 언론은 ‘권력’을 남용해도 된다는 것인가? 언론의 품위를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태는 ‘대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연일 대통령 비난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린다. 어떤 야당 중진은 대통령을 향해 “요구를 받아들이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했다. 결국 언론재판이 ‘정치재판’과 ‘인민재판’이 되면서 온 사회가 패닉 상태다. 대중이 흥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어찌 광화문 광장에 100만이 나오지 않겠는가?

 

역사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은 중우(衆愚)정치로 전락하기 쉬운 민주주의의 약점을 경고했지만 한국이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이 물러나고 관련된 몇 사람만 처벌받으면 그 후의 대한민국은 번듯한 민주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한 사회의 성숙도는 큰 사건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사건이나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한다.

 

서구 정신문화의 핵심인 철학을 보면 과학으로부터 철학과 사회과학이 발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합리주의가 기본이다. 법치주의도 바로 합리적인 문제처리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감정이 앞서고 그것이 집단행동이 되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면 헌법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혁명적 방법으로 대통령을 강제 퇴진시키려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는 지도자다운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물러나면 앞으로 대통령을 강제 퇴진시키려는 시도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고 한국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을 단순한 개인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권위가 무너지고 신뢰를 잃으면 국정은 표류된다. 물론 근원적으로 박 대통령의 실책이 크지만 흥분한 상태에서 결판을 낼 일이 결코 아니다.

 

헌법 절차와 사법절차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미국 민주주의가 안정된 것은 대통령직의 권위를 보존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닉슨 사임 후 포드 대통령은 주변의 격렬한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의 권위와 신뢰를 보존하기 위해 닉슨에 대해 ‘완전한 사면’을 결정했다.

 

그 공로로 포드는 훗날 존 F. 케네디 재단으로부터 ‘용기 있는 지도자상’을 받았다. 물론 우리 대통령들이 과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직 중이나 퇴임 후에 수난을 당해 대통령직 자체가 만신창이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는 왜 이 같은 사태를 맞아 차분하게 문제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고 교훈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가?

 

경희대 패스트라이쉬 교수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특정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정치문화의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정치문화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문화적 데카당스(decadence, 퇴락)’의 확산이라 했다.

 

▲ 12월 5일 서울 종로 광화문에서 촛불은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성숙치 못한 민주주의다. / 연합

 

외형만 민주주의 아닌가?

 

한국 사람 대부분은 음식, 술, 성적 쾌락, 스포츠 같은 오감 만족에 여념이 없으며 공동체를 위한 가치는 사라지고 따라서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했다. 텔레비전에 무절제하게 꾸역꾸역 음식을 먹는 장면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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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모진과 논의하는 트럼프 당선자. 트럼프 캐비넷(trump cabinet)으로 불리는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은 직위와 관계없이 민주적으로 기획한다. 한국은 미국 민주주의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감옥살이 보다 힘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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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분명한 공사(公私) 구분과 경직된 직장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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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헌법학자가 방송 대담에서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헌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수많은 법률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규정했을 뿐 그 정신이 교육되고 홍보되고 우리의 모든 생활 속에서 체질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껍질만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민주적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민주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라며 민주 시민 교육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키는 데 우리는 이를 등한시해왔던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라고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도 법치주의도 전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은 사법기관과 법조계의 관심 사항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법을 위반했을 때 법과 마주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고 훈련 받지 않았으며,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 민주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그랬던 사람이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진이 되고 각종 선출직이 되었을 때 과연 민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각종 선출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야 한다며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한다. 민주주의 기본 인프라가 안 되고 있고 그래서 정치 풍토가 비민주적인데 헌법만 바꾸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무리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주의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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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요]

※태블릿PC 조작 검찰과 JTBC 수사촉구 100만 집회/헌재 앞('16.12.17)

https://youtu.be/tCBNCkx75fc

 

검찰 김수남 이영렬 / JTBC 손석희를 즉각 수사하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