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도와 좋은 일자리
경향신문 2016.06.12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06122130015&code=920100&med=khan
지난 5일 스위스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을 헌법으로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경제적·사회적 조건(condition)과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든 국민에게 일정 액수의 소득을 제공하자는 헌법 개정안이 스위스 특유의 직접민주주의 제도, 즉 유권자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 투표를 주도했던 단체(Swiss campaign for )는 스위스의 최저생계비 수준을 약간 웃도는 월 2500스위스프랑을 기본소득 금액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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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 개정안은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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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졌다는 점도 성과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핀란드,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실시 중이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도뿐만 아니라 구직 활동 여부나 부양 가족 유무,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조건부로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일부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하자는 주장도 제기한다.
기본소득제도가 각 나라의 내수, 물가, 고용 등 경제에 미칠 영향부터 인적자원이나 사회적 자본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 과정에서 눈에 띈 한 가지 주제는 ‘좋은 일자리’ 관점의 접근이었다. 모든 일자리를 ‘경제적 보상’과 ‘일자리의 질’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해 네 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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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일자리를 통한 정서적 만족은커녕 최저임금제나 근로환경의 안전성과 같은 기본적인 의무마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본소득제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공평 과세의 원칙도 아직 완전하게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경제주체들 간의 사회적 신뢰 역시 낮은 편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미래까지 지레 포기할 수는 없다.
바다에서는 목적지가 멀수록 현재 위치와 항로 확인이 중요하다. 도달하기를 원하는 곳의 좌표와 배가 나가는 방향을 자주 확인하지 않으면 먼 길로 돌아가거나 높은 파도 속에서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도전이 힘들고 헤쳐나가야 할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눈은 더 먼 곳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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