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인공지능(AI) 시대] 제4차 산업혁명과 대한민국의 현주소

배셰태 2016. 6. 12. 18:02

[시론]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현주소

디지털타임스 2016.06.12 장석권 한양대 교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61302102351607001

 

요즘 4차 산업혁명이 유행이다. 연초에 세계경제포럼이 불을 지피자, 곧이어 알파고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한 두 달 만에 인공지능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존재로 급부상했고, 인공지능이 지배할 미래 판타지 세상의 모습은 지금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새로운 이슈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관심을 따라 온 에너지가 돌파를 이루어 내는 것은 경제사회의 보편적 변화원리다. 그러나 그것이 가시화되려면 경제성과 대중적 지지가 확보돼야 한다. 생각이 행동으로, 행동이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 여러 가지 장애도 있고, 때론 오랜 기다림도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무엇일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파고 마술쇼에 취한 우리 정부는 내년도에 상당한 국가연구개발 재원을 인공지능에 퍼부을 것 같다. 내심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주도해 보자는 얘기인 것 같은데, 과연 면밀한 준비와 전략적 기획 없이 그것이 가능할까.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복잡계(complexsystem) 이론은 불연속적 경제사회변화를 하나의 창발(emergence) 현상으로 본다. 생태계에서 혁신적 변화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동시에 모두 충족될 때만 일어난다는 것. 한가지라도 빠지면 혁명적 체제전환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1차 산업혁명이 왜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바로 기계화의 전제조건인 축적된 자본, 광활한 식민지 시장, 석탄과 철과 같은 원재료, 그리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당시 미국에는 제네랄 일렉트릭의 토마스 에디슨, 전신전화의 그레함 벨,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정유 산업의 록펠러가 있었고, 그 뒤에는 막강한 산업금융자본 제이피 모건이 거대기업을 탄생시키는 연료를 대고 있었다.

 

3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실리콘밸리 벤처생태계는 어떠했나. 그곳에는 풍부한 벤처캐피털과 대규모의 투자은행, 스탠포드 대학에서 유래한 수많은 창업스토리와 벤처정신, DARPA의 연구개발로부터 축적된 인터넷 기술과 수많은 닷컴, 그리고 이들을 비즈니스적으로 지원한 엔젤의 실전경험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역시 특수한 전제조건의 충족을 요구할 터. 우선 1, 2, 3 차 산업혁명의 전제조건은 기본이고, 여기에 추가로 인공지능을 글로벌 스케일로 학습시킬 막대한 규모의 경험데이터, 이를 구동할 글로벌 스케일의 스마트 클라우드, 그리고 유용한 인공지능엔진을 개발할 창의적 두뇌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노동생산성을 혁명적으로 높이고 미래신산업을 잉태할 건전하고 풍요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도 필요하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의 48%에서 68% 수준에 불과한 나라. 산업자본이 신산업보다는 산업구조조정에 매몰된 나라.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우나 정작 많은 데이터자산을 해외사업자에게 내어주고 있는 나라. 사기저하, 성장정체, 관치경제, 포퓰리즘 정치, 주체성 결여로 무너질 대로 무너진 허약한 경제사회기반을 다질 줄도 모르고 다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사상누각을 세우고 말겠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최빈국에서 선진국대열에 합류한 세계 초유의 나라. 그 성공스토리의 저변에는 잘 살아 보겠다는 헝그리 정신, 겁 없이 세계시장개척에 나서는 불굴의 의지, 불의에 저항하는 민주의식과 실천행동이 있었다. 자리가 어느덧 기득권에의 집착과 집단 이기주의, 무기력한 현실 안주, 묵시적 담합과 NATO(NoAction, Talk only)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비현실적 미래의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 미래성장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착실히 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