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알파고가 내 스마트폰에 들어온다
중앙일보 2016.03.16(수) 이하경 논설주간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604721
http://news.joins.com/article/19729676
알파고의 창조주인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이세돌 9단을 대결 상대로 선택한 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다. 이번 대국 전의 한국은 인터넷에서 AI를 검색하면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이 먼저 뜨는 촌동네였다. 지금은 AI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됐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을 소홀히 하면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도 갖게 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간 대표 이세돌과 명승부를 펼친 인공지능의 기세는 거침없다. 허사비스와 함께 대국을 관전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허사비스는 수년 내에 스마트폰에 알파고를 집어넣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0개의 컴퓨터로 이뤄진 클라우딩 컴퓨팅 체제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일상에 들어오면 우리의 삶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최 장관은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허사비스의 일생을 건 계획”이라고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인공지능 개발 분야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전쟁터다.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애플·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강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있다. 구글이 2001년 이후 14년간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 쓴 돈만 33조원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국가와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따라가야 하는 처절한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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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한국은 한마디로 걸음마 단계다. 지난 5년간 투자액이 180억원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단기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삼성·LG와 정부가 뭉쳐도 구글 하나를 당해 내기 힘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고급 기술 개발은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이런 식으로는 세계 일류 기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는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는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년 뒤면 300만 명 이상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상사’의 감독을 받고 일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은 악마를 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가는 나라들은 벌써 인공지능과 인간의 윤리적 공존을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많이 늦었고,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공지능을 본인의 프로젝트로 내걸면 어떨까. 단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조건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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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우수인재를 키위기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허사비스는 체스 챔피언, 게임 개발, 컴퓨터공학 전공, 뇌과학 박사라는 다채로운 경험을 무기로 알파고를 개발했다. 만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명문대 근처에도 못 가고 프로게이머가 됐을 것이다.
한국인지과학회장을 지낸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문제는 인공지능이 풀게 되니 이제는 문제를 던질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교육의 목적과 인재상이 완전히 달라져야 허사비스도, 알파고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정부와 기업· 교육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미국처럼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이 몰려드는 매력국가가 돼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다. 하늘이 준 기회를 부디 잘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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