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알파고'가 남긴 것…인공지능 다시 들여다보기
데일리한국 2016.03.16(수)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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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세기의 대결 소식을 처음 접했을때부터 이세돌9단이 100% 불리한 대결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눈총을 산 바 있다. 사람들은 왜 알파고가 센지에 대해선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이세돌9단을 첫판을 맥없이 패하자 언론은 알파고의 승리를 떠벌린(?) 필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리고 던지는 질문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첫째, 왜 알파고가 이긴다고 생각했느냐? 둘째, 인공지능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지금 사용하고 있느냐? 셋째, 우리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면 인간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넷째,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가능한 시나리오냐? 그리고 다섯째,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들이다.
혹시나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필자의 답변들을 정리해봤다.
첫째, 왜 알파고가 이길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설명한 자료가 떠다니니까 이곳에선 생략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한 분석가들이 왜 경기 이전에는 아무 소리가 없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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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인공지능이란 인간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을 기계에 부여하는 기술이다. 간단한 기술은 이미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세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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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이 알파고와 대등한 수준에 있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어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방송 인터뷰에서 국내 인공지능 개발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시는 걸 듣고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사실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커다란 수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선진국 대비 우리의 기술 수준이 몇%나 되냐고 질문하는 건 경제학자들 논리다. 기술 수준은 99%까지 올랐어도 마지막 1%를 달성하지 못하면 0%나 마찬가지다. 우주로켓을 띄웠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궤도에 안착해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성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술수준이 드러내 놓고 자랑할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사람들이 제일 심각하게 여기는 건 역시 일자리 문제인듯 싶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설마 이 정도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한 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들 조차 미처 몰랐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전문가들도 기술의 흐름을 계속 추적하지 않으면 세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이 천재기사만큼 바둑을 둘 정도라면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은 거의 모두 자동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화기술의 확산으로 청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알파고 실력을 보니까 앞으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지금까지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영역들마저도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을 막자고 캠페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인류 문명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진화해 오면서 많은 일들이 바뀌었지만 인간사회의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낙(樂)·학(學) 등은 변하지 않았다. 미래에도 이런 현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기술발전에 맞춰 형태가 달라지고 수준이 달라질 뿐이다. 즉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의, 식, 주, 낙, 학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게 올리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미래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차원의 서비스나 상품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서비스와 상품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고민해야 되고 또 만들어 내서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만 한다.
예를 들면 매스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를 발굴해야만 한다. 그것이 홀로그램 방식인지 또 다른 미디어 도구인지는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기득권을 가진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교육기관도 변하고 주거방식도 변하고 교통기관도 변하고 오락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몰랐던 수많은 새로운 가치들을 발굴할 수 있다.
그런 새로운 가치가 새로운 재화를 만드는 일거리를 수반하게 된다. 지금 일자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릴 겨를도 없다.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편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측은 더욱 바빠지게 된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마도 해야만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 눈치 채셨겠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를 실현시키는 수단이나 도구로 인공지능이 제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듯이 감정을 가진 로봇이나 인조인간의 등장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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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모두의 잠재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모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인공지능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오픈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
폐쇄적이고 한정된 기관 내에서 기술개발을 진행하기보다 누구나 개발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용 플랫폼을 만들어 기술발전을 촉진시켜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도 당장은 돌파구가 된다고 본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충격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은 미래사회의 발전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실히 깨닫게 해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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