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21세기의 진보] ‘헬조선’에서도 나를 평가해 줄 시장은 어딘가에 있다

배셰태 2015. 11. 30. 06:41

[IT 칼럼]나를 평가해 줄 시장은 어딘가에 있다

주간경향 2015.11.24(목) 김국현 IT칼럼니스트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511241129281&code=116

 

애플 펜슬에 신형 서피스 펜. 간만에 애플과 MS가 경쟁하고 있다. 속절없이 떨어진 아이패드 판매율로 괴로운 애플과 PC가 관심 밖이 되어 버린 시대라 답답한 MS. 시장이 급변할수록, 경쟁이 치열할수록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니 절실한 제품이 나온다. 경쟁이 좋은 이유는 경쟁으로 인한 당사자들의 발전보다 타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특히 IT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산물들은 더 넓은 경쟁을 촉진한다. 경쟁의 결과는 또 다른 작품을 위한 생산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준이 높아진 양산형 생산도구들은 불특정 다수의 손에 쥐어진다. 그 순간 대중은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생산자의 감각을 되찾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예술가들이 자신을 스스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었던 여러 겹의 문턱이 별로 높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중략>

 

애플 펜슬 / 구글캡처

 

<중략>

 

정말 어느 때보다 창작을 위한 기반이 갖춰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기회다. 입상하지 못하면 등단하지 못하고, 인맥이 없으면 데뷔하지 못한다. 이제는 대단한 작품도 만들지 않는 한 줌의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아니 이미 만들고 있는 이들 앞에서 애교를 부려야 하는 슬픈 오디션 사회다. 생산성은 폭발했지만, ‘열정’ 생산의 결과물이 유통의 기회를 잃고 ‘잉여’가 된다. ‘헬조선’의 우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한 줌의 기득권이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가치 기준에 의해 나를 평가해 줄 시장은 세상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이 현실과 인터넷을 결합할수록 유튜브처럼 앱스토어처럼 기술이 그 시장을 눈앞에 데려올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줌의 조직이 나를 뽑아주지 않으면 절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털어내고, 나의 작은 가치라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팔 수 있는 미래로 전진하는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가 마냥 좋은 이들은 규제와 관행으로 이 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이런 기득권을 질타하기,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이를 소비자로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응원하기, 그리고 팔리지 않아도 절망하지 않고 또 상품을 내놓기. 21세기의 진보란 이 순환을 일으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