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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4억 돌파를 통해 본 소셜미디어의 진화

배셰태 2015. 11. 25. 11:22

인스타그램 사용자 4억 돌파를 통해 본 소셜미디어의 진화

머니투데이/테크M 2015.11.25(수)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http://www.techm.kr/home/bbs/board.php?bo_table=issue&wr_id=827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의 언어는 유인원의 몸치장(그루밍, Grooming) 행위가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Dunbar 1998). 다른 동물들이 주로 위생의 목적으로 서로의 털을 다듬어주고 몸을 만져주는 데 비해, 고릴라와 원숭이는 결속을 다지고, 친구를 사귀고, 부하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몸치장을 한다.

 

인간은 집단 규모가 150명 이상 커지면서 그루밍에 하루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야 했고, 효율적인 그루밍을 위해 언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사회적 소통은 서로 만져주기에서 진화해 언어를 매개로 소통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인간의 사회적 소통에서 그림이 먼저 사용되었을까? 아니면, 음성적 언어가 먼저 사용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찾지는 못했지만, 영아와 유아, 그리고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의 의사소통을 생각했을 때, 음성언어가 더 먼저 사용되지 않았을까 한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서로 음성 언어를 사용해 소통 하지만, 그림을 통한 소통을 하지는 못하는 것을 보면 음성적 언어 소통보다 그림을 이용한 소통이 더 진화된 동물이 할 수 있는 소통이 아닌가 싶다.

 

물론 공유하는 기호적 언어가 없는 두 사람, 예를 들어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인과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인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손짓 발짓 하다가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 언어가 없었을 때는 그림으로 소통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정일 뿐 각자는 이미 기호적 언어가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기호가 표상하는 실체의 이미지를 그려 소통할 뿐이므로, 여기에서도 그림을 이용한 소통은 언어를 전제한다고 할 수 있다.

 

마샬 매클루언(1964)은 미디어는 인간 육체의 확장이고, 따라서 인류 최초의 미디어는 춤(dance)이라고 설명한다. 춤 이전에 인간은 미디어 없이 소통했다. 즉, 직접 소통했다. 그 미디어 없는 소통은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거나 만지거나(Grooming), 섹스하는 것이었으리라.

 

영단어 commerce가 고어(archaic)로 성교를 의미한다는 것, 또다른 영단어 knowledge 역시 고어로 성교를 의미한다는 것은, 뭔가 교환하고 무엇을 안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인간이 미디어 없이 몸과 몸을 부딪치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이클 로져스(Rogers 2007)는 소셜미디어는 유인원의 그루밍이 발전한 극단이라고 설명했다. 로빈 던바를 인용하면서, 인간이 그루밍을 하기 싫어서 언어를 발명했고, 이제는 언어로 소통하기 귀찮아서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하나를 클릭한다고 설명한다. 150명 이상의 집단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발명된 언어가 이제는 페친 1,000여명, 5,000여명을 관리하기 위해서 좋아요라는 포스트모던 그루밍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셜미디어 자체는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미국의 SixDegrees.com이 있었고, 여기의 일촌 개념을 모방한 싸이월드가 네오위즈의 미니홈피 개념을 가져다 쓴 것이 인류 최초의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 싸이월드다. 물론 싸이월드의 갑작스런 성공에는 당시 프리챌의 잘못된 수익 모델도 영향을 미쳤다(김병기, 오재섭, 이경전 2008).

 

싸이월드가 세계 최초의 성공적 소셜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갈 때, 미국의 마이스페이스가 이를 흉내냈고, 구글의 오컷(Orkut)이 흉내냈다. 그러나, 결국은 페이스북이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일등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한국의 네이버는 포털 자리에서 여전히 구글에 대항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카카오톡 역시 모바일 메신저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싸이월드는 세계 최초의 성공 소셜미디어라는 명예만 남았을 뿐 국내에서도 페이스북에 그 시장을 뺏긴 상태다.

 

<중략>

 

소셜미디어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2015년 9월 인스타그램의 월간 활동 사용자수가 4억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신세대의 선택은 대부분 옳다. 그리고 대부분 미래를 반영한다. 많은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한다고 비난하지만, 아마도 그들의 선택은 대개 옳다. 물론 나라면 의대를 가진 않겠다.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100세를 넘겨서 사는 사회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젊은이들의 선택은, 죽음을 더 미리 맞을 사람들의 선택보다는 옳을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젊은 사람들에게 더 인기라는 것은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보다 더 미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다행인 것은 인스타그램을 이미 인수했다는 사실일 뿐.

 

<중략>

 

페이스북의 성공이 검증되자, 이를 뒤엎을 여러 소셜미디어들이 계속 나왔다. 그중에 살아남고 있는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페이스북과 견주어 인스타그램은 퇴보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블로그에 소셜 기능이 결합된 형태인 페이스북은 여전히 블로그처럼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환경이었고, 이는 글로써 소통하는데 부담을 느낀, 그저 사진을 공유하고 간단한 상황만 쿨하게 전달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미디어였다.이러한 "글쓰기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차용해 페이스북이 성공했다면, 페이스북이 트위터화 한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그리고 그것이 원조 페이스북을 제치고 앞서 나갈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논의를 외모(또는 실명)의 공개와 글쓰기에 대한 선호라는 관점에서 2X2 매트릭스로 정리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주요 소셜미디어의 분류 (출처: www.cnet.com)

 

소위 인스타그램 현상을 설명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하나의 모형을 소개하면(이경전 2007), Max Boisot(1998)의 i-Space 이론이다.

 

<중략>

 

페이스북에 비해 인스타그램이 오히려 정보를 축약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보를 축약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쓴다기 보다는 이미지를 보내기 위한 트위터로 이해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즉, 140자로 글쓰기를 제한하여, 글쓰기의 부담을 줄인 것이 트위터라면, 이제 추상화된 글보다는 그냥 바로 사진을 전달하겠다는 비추상화 상태의 날 것을 그대로 전달해도 부담이 없지 않느냐는 새로운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인스타그램인 것이다.

 

<중략>

 

그러면, 인스타그램의 다음은 무엇인가? Boisot의 이론을 다시 한번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사진이 아닌 동영상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동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가 많이 나타나고 이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클라우드 동영상 편집 SNS 앱 ‘얼라이브(ALIVE)’를 서비스하는 ㈜매버릭,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대표의 4전5기 사업인 에어라이브(Airelive)가 투자를 유치한 것 등이 대표적인 국내 사례이다. 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누가 글로벌 승자가 될 것인지, 한국의 기업이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인지 자못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