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부자에 대한 미움•부러움이 인간 본성..부러움이 빈곤 탈출에 필요한 에너지

배셰태 2015. 11. 15. 21:40

[Weekly BIZ] 부자에 대한 미움과 부러움이 인간 본성… 부러움이 빈곤 탈출에 필요한 에너지

조선일보 2015.11.14(토)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111302110&rank_wb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세상에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둥이라도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소득 수준과 부의 크기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외모나 성격이 다른 것은 당연히 여기지만, 소득과 부의 차이는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상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평등한 시대는 없었다.

 

경제적 격차에 대한 인간의 본성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사촌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처럼, 가진 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이다. 둘째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부러움이다. 두 가지 본성은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격차에 관한 사상은 두 가지 인간 본성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적 격차에 대한 미움을 인간의 본성으로 본 사상가가 바로 칼 마르크스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마르크스와 비슷한 관점에서 쓰였다.

 

마르크스와 피케티는 경제적 격차의 심각성을 수치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부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를 끌어내려고 했다. 피케티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200여 년 동안 소득 및 부의 불균형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연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간의 본성이 부러움에 있다고 본 사상은 주류 경제학에서 많이 다뤄졌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탄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여기에 속한다. 디턴은 경제적 불균등 문제를 부의 분배가 아닌 빈곤 탈출 관점에서 접근했다. 피케티는 부자에게 최고 80%의 소득세를 매겨 분배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빈곤층의 소득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반면 디턴은 빈곤층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부자에 대한 부러움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봤다. 부자는 미움의 대상이 아닌 셈이다.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가 오랫동안 말해온 '불균등이 경제를 발전시킨다'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중략>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은 경제적 격차를 바라보는 주류 사상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부러움'이 경제 사상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부자에 대한 '배아픔'을 바탕으로 한 경제 사상이 더 널리 퍼지고 있다. 부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를 바탕으로 한 사상은 이론 구조가 단순하고, 감성적으로 대중들을 쉽게 매혹시킨다. 반면 부러움을 중심으로 한 사상은 이해하기 어려워 대중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디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부자에 대한 부러움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