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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글로벌 서밋 2015]'공유경제' 창시자들 "우버 탓에 노동 조건 악화"

배셰태 2015. 10. 19. 07:45

'공유경제' 창시자들 "우버 탓에 노동 조건 악화"

오마이뉴스 2015.10.18(일) 김시연 기자

http://m.media.daum.net/m/media/economic/newsview/2015101518470209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1764

 

'미 대선 주자' 로렌스 레식 교수 방한... "불평등 만든 '돈 정치' 바꿔야"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주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공동 창시자인 로렌스 레식(54)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15일 '백팩' 차림으로 한국을 찾았다.

 

레식 교수는 지난 2001년 미국 의회가 저작권 보호 기간을 20년 더 늘린 데 맞서 정보 공유 운동 단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만든 뒤 지금까지 수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도 이번 방문이 눈길을 끄는 건 지난 8월 대기업과 이익단체들의 거액 후원금에 좌우되는 미국의 금권 정치를 바로잡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보 공유 운동 창시자, '금권정치' 없애려 미국 대선 출마

 

당시 레식 교수는 자신이 당선하면 '대통령 국민 직선제'(현재는 선거인단 간접선거)를 포함한 '시민평등법'을 만든 뒤 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사임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선거 자금 역시 일반인들이 소액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1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애초 예정에 없이 이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막한 'CC 글로벌 서밋'에 참석한 레식 교수는 자신의 대선 출마에 '천재 해커' 애론 스와츠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스와츠는 웹 정보를 손쉽게 구독할 수 있는 'RSS' 개발에 참여한 20대 천재 프로그래머로, 지난 2013년 1월 미국 학술 정보 사이트를 해킹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와츠의 '멘토'로 함께 CC 운동을 벌였던 레식 교수는 이날 "어느 날 애론이 우리가 부패한 사회와 정권 아래 살고 있는데 저작권 공유 운동이 성과가 있겠느냐고 묻기에, 난 학자로서 저작권 문제를 연구할 뿐 해결 방법은 모르겠다고 답했더니 시민으로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면서 "이 운동에서 떠나라고 하는 느낌을 받았고 (애런은 운동해도 변화 없는 세상에 좌절해서 세상을 떠났는데) 더는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CC코리아 대표인 윤종수 변호사도 "2년 전 보스턴에서 레식 교수를 만났을 때 왜 이런 어려운 길을 가는지, 의회를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아니오'라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중략>

 

정보 공유 개념의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레식 교수는 "사람들에게 (정보 공유 운동으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림을 그려 보여주면, 사람들의 잠재적 에너지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실제적 예시를 계속 제시해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게 어렵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버식 공유경제가 임시직 노동 조건 악화시킬 수도"

 

▲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막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글로벌 서밋' 행사 참석차 한국에 온 로렌스 레식 미국 하바드대 로스쿨 교수(왼쪽에서 3번째)가 미국 대선 출마 배경과 '공유경제' 전망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일라 트레디코프 위키미디어 사무총장, 요하이 벤클리 하버드 로스쿨 교수, 레식 교수, 라이언 머클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대표(CEO).ⓒ 김시연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난 레식 교수는 그간 CC 운동 성과와 함께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자원을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요하이 벤클리 하버드 로스쿨 교수와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라일라 트레디코프 위키미디어 사무총장, 라이언 머클리 CC 대표도 참석했다.

 

레식 교수와 함께 '공유경제' 개념을 만든 벤클리 교수는 "공유경제 1세대 기업인 우버 등이 출현하면서 경제적 가치 대신 사회적 가치를 교환해 거래 비용이 낮아져 소비자나 서비스 제공자에겐 혜택을 줬지만 (임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공유경제 모델이 소비자와 노동 조건을 모두 향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런 모델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벤클리 교수는 "우버나 아마존처럼 이미 존재하던 산업에 들어가면 임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지만, (기존 산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청소부나 임시직들이 정당한 대가와 처우, 교육을 받고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경제 전체의 20%만 변화시켜도 다른 분야까지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레식 교수도 "내가 (대선 출마로) 바라는 것도 그런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감시, 통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레식 교수는 "네트워크와 기술 발달이 한편으로 지식과 사람들을 서로 연결할 기회를 주지만 한편에선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면서 "인터넷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통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벤클리 교수는 "플랫폼을 통해 IoT(사물인터넷)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부 기업이 개개인의 정보를 훨씬 많이 갖고 있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도 "기술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만 거꾸로 기술이 사람을 통제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정보 격차(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로 사용자들 대다수가 이런 감시나 통제 사실을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트레디코프 위키미디어 사무총장은 "(감시나 통제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디어에서 미리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레식 교수 같은 이들이 정치적 활동을 시작한 것도 그런 위치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벤클리 교수는 "문제는 '인터넷 정보 격차(디지털 리터러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제도적, 경제적 프레임을 잘못 받아들여 잘못된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에 유럽에선 불법 체류자 문제가, 아랍에선 근본주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시스템이 자신들을 그런 비참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한데, 레식 교수는 돈의 힘이 정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알리려고 활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