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남탓만 하는 대한민국] 나라 탓하는 '헬조선'…부모 탓하는 '흙수저'

배세태 2015. 10. 5. 08:10

나라 탓하는 '헬조선'…부모 탓하는 '흙수저'

한국경제 2015.10.04(일) 노경목/박상용 기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00480831

 

이대론 대한민국 미래없다…남탓만 하는 대한민국

 

"난 잘못 없어…나만 아니면 돼"
메르스 의심에도 여행 가고
"소방헬기 탓 화재 확산" 원망

 책임 회피 급급한 사람들
 문제해결 못하고 갈등만 키워

 

 

<중략>

 

메르스 사태와 ‘남탓충’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이면엔 경제 규모나 국제적 지위에 비해 선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남 탓 문화’ 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인터넷에선 ‘남탓충’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남 탓’에 ‘벌레 충(蟲)’을 붙인 것으로, 문제만 생기면 남에게 책임을 미루는 이들을 비판하는 단어다. 인터넷 신조어가 나올 만큼 남 탓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나타난 일부 시민의 행태가 꼽힌다.

 

<중략>

 

대기업을 탓하는 문화도 여전하다. 시민단체와 야당 일각에선 최근의 경기 침체를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풀지 않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683조원 중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은 118조원 정도다. 2012년 비금융 상장사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9.3%로 그 비중이 14.8%에 이르는 유럽연합(EU)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국내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애플과 비교해 절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국가·부모 탓”

 

남 탓 문화는 국가와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는 방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 ‘흙수저’ 등의 단어가 단적인 사례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을 ‘조선’에 붙인 단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흙수저는 부유층 자녀를 뜻하는 ‘은수저’나 ‘금수저’에 대비되는 단어로, 스스로가 가진 것 없는 서민층에서 태어났음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헬조선에 살고 있으니 노력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고, 모든 것이 결국은 나라 탓이라는 의미”라며 “흙수저도 가난의 책임을 부모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남 탓을 정당화하는 단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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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조선

헬(hell·지옥)+조선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뜻으로 사용.

 

■ 흙수저

'가진 것 없는 서민층에서 태어났음'을 자조하는 표현. 은수저·금수저와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