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일자리 소멸과 미래 직업

배셰태 2015. 8. 29. 07:49

[홍기영칼럼] 일자리 소멸과 미래 직업

매일경제 2015.08.26(수) 홍기영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13610

 

대학 입시에서 인기 학과는 ‘뜨는 산업’에 달렸다.

 

<중략>

 

산업의 부침은 급류를 탄다. 직업과 일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난해 ‘고용의 미래 : 우리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안에 인간이 일의 절반을 기계에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향후 10~20년 후 미국 702가지 일 가운데 47%가 자동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구글카와 같은 무인자동차 보급 확산으로 택시와 트럭 운전사가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것.

 

로봇에 일을 빼앗겨 대량 실업자가 양산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빅데이터 정보 분석, 인공지능과 센서, 3D 프린터,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혁신은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전개된다. 일반 사무직, 콜센터 직원, 도서관 사서, 부동산 중개인, 자동차 영업맨, 호텔 직원, 할인점 계산원 등 많은 직업이 자동화에 취약하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가 처리하면서 행정, 법무, 금융, 교육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 비일상적인 작업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 자녀가 성인이 될 20년 후 사회적 성공 기준도 완전히 달라진다. 공무원, 판검사, 외교관, 변호사, 회계사 등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쥐며 소위 ‘잘나가는’ 직업도 벼랑 끝 처지에 몰린다.

 

일자리 위기(work crisis)는 심각하다.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 보도에서 “1960년대엔 25~54세 미국인 남성 20명 가운데 한 명꼴로 직업이 없었지만, 10년 이내 7명 중 한 명이 놀게 될 것”이라며 구조적 대량 실업을 경고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앞으로 15년 안에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5년 안에 전체 직장인의 40%가 프리랜서, 시간제 근로자, 1인 기업 등 기존 근로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직업 가운데 ‘매우 창의적’으로 분류되는 직업은 21% 정도다. 대표적으로 건축가, 웹디자이너, IT 전문가가 꼽힌다. 영화감독, TV 프로듀서, 공연 예술가 등도 자동화 가능성이 낮은 직종이다. 성직자, 의사, 자연과학 연구자, 음악·미술 치료 테라피스트, 큐레이터, 산업 디자이너 또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성과 감수성을 요구하는 직업군이다. 프레이 소장은 심지어 “미래 농업은 기술 혁신과 융합되면서 가장 멋진 직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동화는 비극이 아닌 축복이다.” 오스본 교수는 낙관한다. 인간은 기계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청년에겐 창업의 길이 활짝 열린다. 노인층엔 은퇴 없는 노동의 기회가 넓어진다. 하지만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술과 지식은 한없이 늘어난다.

 

창의적 역량을 재충전하면서 협업에 순응해야 적자생존이 가능하다. 기업과 정부는 직무를 재설계하고 인사 시스템을 혁신해 ‘일자리 절벽’을 막는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기업인에겐 무한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학은 신기술 리더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면서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22호 (2015.08.26~09.0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