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막다른 일자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한겨레 2015.05.19(화)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691901.html
감동적인 대자보 사진이 화제다. 연세대의 ‘기숙사 청소·경비 노동자 일동’ 명의로 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다. 비뚤지만 정성 들여 쓴 글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해고 통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학교 쪽은 청소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예산을 줄였다. 선정된 용역업체는 72명의 청소·경비 노동자 가운데 23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결국 파업에 돌입했고, 학생들과 동문들이 나서면서 학교 쪽이 고용 유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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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일자리’(dead-end job)라는 개념이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일자리’라는 뜻이다. 처우가 너무 낮아 더 낮아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여기서 하는 일을 통해 성장해 도약할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소나 경비 일자리도 ‘막다른 일자리’다.
연세대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 사회가 ‘막다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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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을 안정시키고 임금을 조금이라도 정상화하는 일은 막다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존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만들어 가야 한다. 사다리를 타고 막다른 골목을 둘러싼 담장을 넘어설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함께일하는세상 등 사회적기업들은 청소노동자를 ‘위생환경관리사’라는 전문직으로 격상시키려 노력하며 그 길을 가고 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청소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서울메트로처럼 자회사를 세워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며 한 식구로 품은 사례도 있다. 좋은 도구를 제공하고 관리자로의 승진 기회를 제공해 자존감을 키웠던 미국 서비스마스터의 사례도 있다. 모두 막다른 골목을 넘어서도록 돕는 시도들이다.
분명한 것은, 종일 일하고 120만원 월급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웃을 버려두고 가는 나라는, 평균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사합니다’ 대자보에는 “명문은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선진국은 누가 만들어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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