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2010.08.22 (일)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겠다고? 일자리가 답이다…40대 총리 뽑는 것보다훨씬 더 중요하다"
실업률이 얼마고, 일자리가 몇 개나 늘어났는지, 아무리 통계를 들이대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달랠 수 없다. 나는 대학졸업 후 마음에 드는 직장을 고를 수 있었던 행운의 세대다. 나보다 실력도 낫고 경험도 많은 요즘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겠다고 100여 차례나 면접을 봤다는 얘기를 듣는 건 몹시 민망하다. 이보다 더 공정하지 않은 게 뭐가 있겠느냐 싶고, 그들에게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한다면 그건 무책임의 극치다.
개인적으로 4대강보다 10배 이상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세종시였다. 그리고 세종시보다 몇 십 배 더 중요한 건 일자리라고 본다. 일자리 없이 무슨 미래를 말하는가.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이 순간, 과연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나는 의문이다. 대통령이 올해 들어 아홉 차례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프로 고용노동부실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세장에서 "한국은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운다"고 말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일자리에 관한 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자리=복지`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일자리여야 한다. 임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성장이냐 복지냐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해법은 일자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할 게 아니다.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기초적 사실에 대한 인식의 공유에서 시작해야 한다. 본지 기사에서도 지적했지만 분수령이 되는 해가 있다. 1991년이다. 1991년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수는 정점에 달했다. 이후 18년 동안 제조업의 일자리는 내리막이었다. 얼마나 줄어들었느냐고? 132만개다. 연평균 7만3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시사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제조업은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대기업은 더하다. 투자가 늘어난들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따라서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홍보하는 건 대국민 사기다. 지난 7월 제조업 취업자가 반짝 증가했다는 정부 발표에 현혹될 일이 아니다. 헛된 기대는 오히려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린다.
이런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일자리의 심각성을 덜 느낀 것은 서비스 분야에서 고용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715만개나 증가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거품이 있음을 안다. 대책 없이 우동집 내고, 김밥집 차린 사람들. 부실한 자영업자의 양산이었다. 미국은 인구 600명당 식당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85명당 하나다. 그러다 보니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업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이런 데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고용통계에는 잡히나 제대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전문용어로 `비임금 근로자`라 하는데 그 비중이 미국의 4배가 넘는다. 앞으로 줄면 줄었지 늘어날 일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일자리에 관한 한 정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본다. 고용구조가 이렇게 고착되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그리고 이명박 정부 2년 반 동안 진지한 해법 찾기가 없었다. 답은 너무나도 뻔하다. 교육, 의료, 관광 같은 서비스 분야가 열쇠인데 그걸 못했다.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깨지 못했든,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의 고집을 꺾지 못했든 그 모든 게 대한민국의 실력이다.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일자리를 줘야 한다. 분노와 허탈감에 빠진 젊은이들과 대화가 되겠는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그들이 마음을 열겠는가. 일자리는 40대 국무총리를 뽑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단언컨대 2012년 선거에는 칼바람이 불 것이다.
[손현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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