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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6 발표한 삼성전자, 애플처럼 자신의 Why 입증해야

배셰태 2015. 3. 3. 20:15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갤럭시S6 발표 삼성, 자신의 Why 입증해야

매일경제 2015.03.03(화) 김인수 논설위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02223

 

삼성전자가 지난 2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에서 갤럭시S6를 내놓았다. 외국 언론 보도를 쭉 살펴보니, 대체로 호평이 많았고, 가끔은 실망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이들 보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갤럭시S6라는 제품의 `스펙`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국내 언론들은 무선충전, 양면 에지, 삼성페이 등등의 `스펙`이 뛰어나다며 애플 아이폰과 맞설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왠지 허전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Why로 시작하라(Start with Why)`를 쓴 사이먼 사이넥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그는 2013년 9월 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삼성은 자신의 why가 아니라, 제품의 품질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 같아요. 따라서 고객들은 삼성전자의 제품만을 평가하게 됩니다. 삼성의 제품을 마음에 들어 하기는 해요. 하지만, 삼성의 why를 모르기 때문에 삼성 제품과 감정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는 없어요."

 

이번 갤럭시S6에 대한 국내외 언론보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why, 즉 삼성전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삼성전자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갤럭시S6가 어떻게 삼성의 why를 구현해 냈는지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사이넥의 말 그대로 삼성은 탁월한 스펙을 갖춘 갤럭시S6의 품질로 자신을 정의하는 듯 했다. `이렇게 탁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애플의 충성고객들은 이런 반응이다. "So what?(그래서 어떻다고?)"

 

 

순전히 개인적 느낌에 불과하지만, 나는 갤럭시S6 발표보다는 지난 2월 골드만삭스 기술&인터넷 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했던 강연에서 좀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강연에서 팀 쿡은 애플의 존재이유, 즉 why를 분명히 밝혔다. "삶을 바꾸는 것이 바로 애플의 목표다. 우리는 여러분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 고객의 삶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애플의 why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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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말은 왜 경쟁자에게 애플이 그토록 무서운지, 왜 소비자들이 애플에 열광하는지, 왜 애플의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애플은 자신의 what, 즉 제품으로서 자신의 why, 즉 존재이유를 계속해서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플이 스마트 와치 등 향후 제품에서도 자신의 why를 또 다시 입증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나 LG 등 선도기업들이 스마트 와치를 내놓았을 때 시큰둥했던 고객들마저 애플 와치 발표를 손꼽아 기다린다. 애플 와치야말로 자신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화기 너머 들리던 사이먼의 말이 다시금 울린다. "고객들은 단지 애플의 what 즉,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닙니다. 애플의 why 즉, 애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구매하는 것이죠. 그 why에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에 애플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6시간씩 줄을 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의 why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낄 무엇인가가 삼성에는 과연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Inspire the World, Create the Future(세상에 영감을 불어넣어, 미래를 창조하라)`가 삼성의 미션 또는 why라고 말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9년 11월 창립 40주년을 맞아 내놓은 `비전 2020`의 상징 문구다. 그러나 삼성 제품이 세상에 어떤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머리 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2009년부터 갤럭시를 쓰고 있지만, 갤럭시로부터 차별화된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없다. 갤럭시 자체보다는 구글 나우, 구글 플러스, 에버노트, 드롭박스, 페이스북 등의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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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요즘 6년 만에 비전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비전 2020에 대한 일종의 중간 점검이다.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2주간 온라인 대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2020년까지 매출 440조원 달성, 글로벌 5대 브랜드, IT업계 1위 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전 2020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을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삼성에 비전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미션`이다. 자신의 why를 담은 미션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다.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으라`는 말도 좋다. 삼성의 what, 즉 제품으로 그 말을 실천할 수만 있으면 말이다. 미션은 임직원들에게 마치 횃불과 같다.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바를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출 440조원, 글로벌 5대 브랜드 진입 등은 횃불이 될 수 없다. 이는 삼성전자의 진정한 존재 이유, 즉 why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출(또는 브랜드 가치)을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다`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임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는 없다. 자신의 why로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라. 그러면 직원들은 그 why를 구연한 제품으로 고객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면 세계는 삼성의 why를 믿고, 삼성과 감정적으로 연결이 될 것이다. 매출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끝내 자신의 why를 보이지 못한다면 삼성 제품은 범용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사이넥의 다음 말이 비수처럼 꽂힌다. "what에 집중하는 기업은 결국 범용화된다. 오직 제품의 세부 기능, 특장점만으로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아주 쉽게 복제할 수 있다. 결국 범용화된다. 당신이 더 큰 화면을 내놓으면 다른 기업이 금방 그렇게 한다. 당신 제품의 메모리 용량을 확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큰 화면으로 대박을 쳤지만, 이는 경쟁사들이 금방 따라 할 수 있다. 애플이 오랜 고집을 꺾고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자, 삼성 제품에 대한 열기는 시들었다.

 

이제 삼성은 기로에 서 있다. 범용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미션과 why를 정립하고 이를 제품으로 입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