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란 새로운 패러다임
청년의사 2015.01.10(토)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 교수
정지훈의 제4의 불 - 융합과 미래
미국 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한창 번져나가던 2008년 가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공개적으로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 영국의 왕립학술원의 경제학자들은 여왕에게 ‘금융위기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던 경제학자들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창의성과 사회현안에 무심했던 경제학자들의 집단사고를 자책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사건은 현대경제학과 사회철학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최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매년 연초 그 해의 가장 중요한 IT관련 신기술 트렌드를 보여주는 라스베가스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 수많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들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은 단순히 IT기술이 사물에 접목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도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을 공유경제와 엮어서 ‘비즈니스 혁신 인프라’로 바라보기도 했다.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 그리고 새로운 사회경제 패러다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비트의 경제와 원자의 경제가 만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O2O(Online to Offline)가 이들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다. 사물인터넷은 이런 트렌드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는 백엔드(Back end)에서 다양한 O2O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프라인 셈이다.
공유경제는 O2O 트렌드에 따라 확대되는 경제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유의 경제에서 공유의 경제로 넘어가는 것은 철학이나 가치관, 무슨 이념 같은 것이 변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보다 훨씬 공유경제를 하기 쉬워졌고,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얻는 가치가 확대되었기 때문에 급속도로 커져가는 것이다. 미국 경제 메거진인 ‘Inc.’에서 2014년 올해의 기업으로 공유경제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급속도로 번지게 된 것일까. 또 앞으로의 숙제는 무엇일까. 그 답의 일부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공유 자원의 사용자들은 서로 불신하며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감시 및 집행 장치를 만들 수도 없다. 게다가 각자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공동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우연히 일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개인의 이익을 더 중시한다. 이러한 개념은 개인의 소유욕과 시장원리를 설명하는 인간의 본질로 여겨졌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다.
<중략>
하지만 인터넷과 사물인터넷, 각종 IT기술들이 나오면서 ‘소규모’에서만 가능해 보였던 신뢰 네트워크를 ‘대규모’ 공유 자원에서도 만들게 되었다.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머물던 개인들이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실제 세계로 나오면서 많은 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지금의 공유경제다.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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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 교수 (칼럼 더보기)
경희사이버대학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의대 졸업 후 보건정책관리학과 의공학을 전공한 융합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