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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체임버스 회장이 말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장비 업체 '시스코의 성공 비결'

배셰태 2014. 12. 20. 12:31

 [Weekly BIZ][Cover Story]

세계 최대 인터넷 장비 업체 시스코… 19년 장수 CEO 존 체임버스

조선일보 2014.12.19(금) 새너제이(미국)=윤형준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19/2014121901767.html

"新기술은 기술일 뿐… 길은 고객과 대화에 있다"

고객은 기술 이상의
무언가를 항상 요구
1주일에 30시간씩
고객 만나는데 투자

나는 난독증 때문에
보고서를 못 읽지만
큰 그림 볼 수 있고
빠른 판단 가능해져

"기술력 선전 말고, 고객에 어떤 혜택 생기는지 말하라"

빠름이 느림을 잡아먹는다
시장 변화 먼저 예측하고
시대 흐름 선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보안에 집중

한 기술에 올인하면 위험
모든 신기술 지원할 필요

시스코式 '속도의 경제'
상명하달식 문화 없애고
작은 조직 여러개 만들어
권한 나눠주는 방식 선택

팀 관리자에 자율권 주고
빠른 의사결정 속도 유지

'스핀인 전략' 구사하라
新기술 확보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 후
성공하면 그 기업 사들여

리스크 떠안을 필요 없이
혁신 경쟁력 선제적 확보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 새너제이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가면 4~5층짜리 건물 50동이 들어선 대단지가 나온다. 전부가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Cisco)의 본사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매출 471억달러(약 51조원), 시가총액 1300억달러의 거대 기업답다.

 

올해로 창업 30년이 되는 시스코는 '인터넷의 핏줄'로 불린다. 핏줄이 없으면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는 것처럼,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가 없으면 PC나 회사 전산망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70%가 이 회사가 만든 라우터나 스위치 같은 네트워크 장비를 쓰고 있다. 그동안 IT 거품 붕괴 등 극심한 변화 물결이 몰아쳤는데, 이 회사 CEO 자리는 19년째 한 사람이 맡고 있다. 바로 존 체임버스(Chambers·65) 회장이다.

 

위클리비즈가 꼬박 1년간 공들여 섭외한 끝에, 지난 11일 CEO 사무실이 있는 '10번 빌딩'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몸에 잘 맞는 남색 재킷과 날씬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으며, 몸짓은 크고 쾌활했다.

 

<중략>

 

그는 시스코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저희는 언제나 고객 중심 회사였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술과 결혼할 수 없고, 제품과 결혼할 수 없고, 조직과 결혼할 수는 없지만, 고객과는 결혼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 수요에 맞추는 것은 시스코 창립 이래 30년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입니다. 라우터와 스위치를 시작으로 비디오 화상 통화, 보안, 사물인터넷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1등이 된 것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고객 수요를 찾느냐. 간단합니다. 고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중략>

 

둘째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촉각을 기울인 덕분입니다. 그 덕분에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짐작할 수 있었죠. <중략> 셋째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잠시만요. 촉각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시장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까?

 

<중략>

 

―처음 난독증임을 알았을 때는 무척 좌절했을 것 같습니다.

 

<중략>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체임버스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고,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말을 자주 써 왔다. 경쟁 우위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빠른 물고기처럼 시장 변화를 앞서 예측했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속도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략>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대 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속도의 경제'가 시스코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며 "시스코가 사물인터넷과 보안, 빅데이터 분석에 집중하는 것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스코는 속도의 경제를 위해 상명하달식 수직 문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팀 관리자에게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팀 단위로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강희석 파트너는 "시스코는 작은 조직을 여럿 만들고 권한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의사 결정 속도를 빠르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성공한 기업은 성공에 안주해 잘 변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시스코는 어떻게 계속 변화할 수 있었습니까?

 

<중략>

 

강희석 파트너는 "스핀인은 기업이 리스크를 직접 짊어지지 않으면서도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조짐을 한발 먼저 알아차리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자기 재창조가 19년 장기 집권 비결

 

―회장님은 현존하는 IT 상장사 CEO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수 비결은 무엇입니까?

 

<중략>

 

―19년간 CEO를 지내면서 후회한 순간은 없나요?

 

"없을 리가 없죠. 매번 매 순간 '그때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좋았을걸' 생각합니다. 속도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습니다."

 

―회장님의 경영 원칙은 무엇입니까?

 

"저는 항상 '윈윈(win win)'이 성립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고객이나 동료, 경쟁자들과 협상할 때 조금이라도 제게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의 이익을 위한 협상은 제로섬입니다. 그러나 협상에서 양측 모두가 타당한 결과를 얻는다면 윈윈입니다. 그 바탕에는 신뢰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골프계의 전설인 조니 밀러(PGA 통산 25승)를 만났습니다.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신뢰라고 답하더군요. 꾸준히 연습하고 착실한 인간관계를 쌓고, 갤러리에게 항상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고객 기념행사 ‘시스코 라이브’에서 존 체임버스 회장과 블레어 크리스티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시스코 제공

 

둘째 원칙은 '내면의 자신감(inner confidence)'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잘 준비돼 있을 때 나오는 그 자신감 말입니다. 이런 자신감 없이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에이미(비서), 지금 이 이야기는 잘 정리해 두세요. 나중에 다시 써먹을 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웃음)."

 

고객에겐 기술이 아니라 혜택을 이야기해야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보일러를 켜고, 몸에 부착한 기계가 자동으로 심박수를 측정해 위험할 때 병원에 바로 연락하는 기술을 흔히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고 부른다. 시스코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데, 이들은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라고 바꿔 부른다.

 

―만물인터넷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모든 사람의 모든 순간을 바꾸게 될 겁니다. 앞으로는 한 사람이 최소 7개, 많게는 10개 정도의 기기(device)를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합니다. 스마트워치는 보편화할 것이고, 신발엔 자연스레 만보기가 달릴 겁니다. 신체 곳곳에 작은 기기가 붙어서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위험 상황을 진단하게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기의 가격이 저렴해야겠죠. 10달러 정도면 혜택을 누리게 될 겁니다."

 

―만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뭡니까?

 

"먼저 만물인터넷을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종종 제품을 기술력으로만 정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제품은 기존보다 1000배 빠른 기술을 적용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품은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느냐로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제품은 지금 당신이 일하는 시간을 50% 줄여줍니다'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둘째는 보안과 사생활 이슈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보안 분야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문제점이 만물인터넷 시대가 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만물인터넷 시대는 반드시 옵니다. 조금 천천히 올 순 있지만요."

 

<중략>

 

―회장님은 2012년에 "2~4년 후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시기가 정해졌나요?

 

<중략>

 

존 체임버스 CEO는

 

1991년 시스코에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 1995년부터 지금까지 CEO로 재임하고 있다. 현재 재직 중인 전 세계 IT 상장사 CEO 중 최장 기간 재임 기록을 가지고 있다(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이 37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9월 CEO에서 물러났다).

 

재임 기간 매출액을 12억달러에서 471억달러로 약 40배 키웠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1월호의 세계 100대 CEO 순위에서 3위로 선정됐고(1위는 제프 베조스), 2010년 포천에서 워런 버핏, 제프리 이멜트와 함께 ‘CEO들이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