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놔두고는 경제 못 살린다
중앙일보 2014.11.26(수)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ctg=mobile_14&total_id=16526251
가계부채가 다시 ‘사상 최고’와 ‘사상 최대 급증’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 빚(잠정)은 9월 말 1060조3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2조원(2.1%)이 늘었다. 한은이 2002년 가계 빚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3분기에 20조원 넘게 빚이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이 7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탓이 크다. 계절적 요인 때문에 가계 빚은 연말로 갈수록 증가한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쓸 수 있는 돈(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7%(2013년 말 기준)다. 미국(115.1%)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7%, 2012년 기준)보다 많이 높다. 가계가 파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가계부채를 지목하며 시한폭탄 취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속도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5년간(2008~2013년) 해마다 평균 8.7%씩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가계 빚을 줄여간 것과는 큰 차이다. 질도 나쁘다.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 많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저신용자 대출이 전체 가계 대출의 20%를 차지한다. 이 중 3개 금융기관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0명 중 6명꼴(63%)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다. 한 달 소득이 100만원 안팎이라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소득 하위 20% 자영업자가 170만 명이나 된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자의 절반 정도는 돈을 빌려 생활과 경영에 쓰고 있다. 자영업자의 빚을 더 쉽게 늘려주는 건 시한폭탄의 위력을 더 강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해법은 경제 활성화로 소득을 더 늘려 가계부채 비중을 떨어뜨리면 된다는 쪽이다. 그러나 규제를 풀었는데 소득은 안 늘고 가계부채만 불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성장률 높이기도 쉽지 않지만 성장을 한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4.7%, 2013년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6.0%, 2013년 가계신용 증가율)가 빠른 상황에선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가능한 한 늦춰야 한다.
석 달 새 12조원 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정부는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가계부채의 질이 좋아진 것”이라며 위험과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낙관과 자신은 좋지만 과하면 곤란하다. 특히 금융은 임계점에 이르면 해일이 일듯 붕괴가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안 터진다며 눈에 보이는 국가 파탄의 뇌관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은행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미시 대책부터 재정을 동원해 생계형 한계 대출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식의 적극적인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
17년 전 외환위기, 6년 전 금융위기의 교훈을 기억해보라. 우리 경제가 빚 때문에 치른 대가가 얼마나 많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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