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예가 아닌데..." 경비원도 '감정노동'
경향신문 2014.10.13(월) 허남설 기자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41013163717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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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이란 딱지가 붙는 순간 인격이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것 같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ㄱ씨(65)는 자신의 일을 ‘종살이’에 비유한다. 경비·감시와 상관없는 분리수거나 화단 가꾸기 같은 업무를 맡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게 더 참기 힘들다고 했다.
ㄱ씨는 “주민들이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말할 수는 있지만 마치 따지듯이 말할 때 견디기 힘들다. 아들뻘 되는 어린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일 땐 ‘나이가 많아서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현대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한 경비원 이모씨(53)가 평소 일부 주민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감정 노동’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보통 24시간 교대인 장시간·저임금 노동에다 많은 주민들을 상대하면서 언어·정신적 폭력에도 시달린다. 간접고용돼 일하는 ‘을 중의 을’이다 보니 일부 주민 횡포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자조한다.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ㄴ씨(57)는 “택배 보관·전달은 원래 경비원이 할 일이 아닌데도 이를 모르는 주민들이 ‘택배 보관을 잘못했다’거나 ‘부재 중에 온 택배를 왜 빨리 전달해주지 않냐’며 따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교대 근무인 경비원들은 야간에 휴게시간을 갖지만 어떤 주민은 새벽에 술에 취한 채 와서는 잠을 깨우며 ‘왜 근무를 똑바로 서지 않느냐’며 술주정을 한다”며 “과한 주민들에게 맞서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맞부딪친 게 입주자 대표 귀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해고”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울산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8월 내놓은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언어·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2.5%에 달했다. 전국 55세 이상 경비업 종사자 87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해횟수는 수시(15.2%), 한주에 1~2번(12.1%), 한달에 1~2번(26.4%), 6개월에 1~2번(35.9%) 등이었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주민이 가해자인 경우가 84.0%로 대부분이었다. 이 보고서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이 노인 근로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며, 심지어 불안장애·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는 경비원 이씨가 분신을 기도한 신현대아파트 앞에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불안한 고용 상태 때문에 비인격적 대우를 당하더라도 참을 수 밖에 없는 경비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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