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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실용으로, '팀 쿡의 애플’ 3년

배셰태 2014. 9. 15. 08:35

‘팀 쿡의 애플’ 3년…이상에서 실용으로

매일경제 2014.09.14(일)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ttp://www.hani.co.kr/arti/economy/it/655037.html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시에 있는 플린트센터에서 새 스마트폰 ‘아이폰6플러스(+)’를 들고 애플의 새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쿠퍼티노/AP 뉴시스

 

화면키운 아이폰 6, 6+와 워치

일부 혹평속 시장반응 뜨거워

“기대 이상” 월가, 목표주가 올려

 

사령탑 교체 3년만에 주가 2배로

2위와 격차 더 벌리며 세계 1위

 

제품 외에 기업문화에도 큰 변화

무배당 원칙·순혈주의 전통 깨고

성전이라던 특허전쟁도 출구에

 

애플의 사령탑 팀 쿡(53)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가, 약화시키고 있는가? 2011년 8월 잡스에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이 3년여 만에 사실상 최대의 평가무대에 올라섰다.

 

지난 9일 애플은 아이폰6, 6+와 애플워치 등 일련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그동안 팀 쿡의 애플은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을 출시해왔지만, 이는 기존 제품의 연장이었다. 쿡에게는 혁신제품으로 애플의 리더에 합당한 능력을 증명하라는 시장과 소비자 요구가 빗발쳤고, 쿡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대단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왔다.

 

 

아이폰 새 모델은 예약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온라인 애플스토어 접속이 지연되는 등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증권사들은 애플워치에 대해 “기대 이상의 혁신제품”이라며 애플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애플은 세계 최대기업으로 시가 총액이 6087억달러(12일 기준)이며, 2위인 4138억달러의 엑슨모빌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애플 주가는 팀 쿡이 사령탑을 맡은 2011년 8월24일 51.11달러(액면분할 기준)에서 현재 101.66달러로, 3년 만에 2배가 됐다. 잡스는 7인치 태블릿피시에 대해 “출시 즉시 실패할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출시 첫해인 2012년 아이패드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쿡의 경영 성적표는 ‘A+’다.

 

‘쿡의 애플’ 기업문화 변화는 확연하다. 최고경영자가 ‘오로지 제품’만 신경을 쓰던 잡스 시절과 달리, 기업활동의 다양한 측면을 챙기기 시작했다. 쿡은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깨고 2012년 17년 만의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주식 분할,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프로그램 등 주주친화적 정책이 이어졌다. 쿡은 지난 5월 30억달러에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애플 최대의 기업인수이자, 최초로 ‘애플’ 아닌 상표를 쓰게 됐다. 쿡은 잡스가 ‘성전’이라고까지 전의를 불태웠던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전쟁도 불씨를 꺼뜨려가고 있다. 지난 7월엔 창사 이래 앙숙이던 아이비엠(IBM)과 제휴하고 기업용 앱시장에 뛰어들었다.

 

잡스 1인이 주도하던 경영 스타일도 달라졌다. 쿡은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에게 제품 개발 전반을 위임하고, 마케팅은 필 쉴러, 소프트웨어 개발은 크레이그 페러리기 등 주요 임원에게 권한을 넘기는 등 집단지도 체제 형태로 애플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모시켰다. 사회책임 경영도 늘어났다. 중국 공장의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노동조건을 크게 개선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정책과 잡스시절 없던 기부도 확대했다.

 

쿡은 잡스와는 다른 개인적 특징도 내보이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마틴 루서 킹과 미국 민권법의 정신을 강조하고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옹호한다. 쿡은 합리적이고 탈권위적 리더십으로 애플 안에서도 인기가 높다. 잡스가 늘 점심을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한 것과 달리, 쿡은 사내 식당에서 모르는 직원들과 합석하기를 즐긴다.

 

<월스트리트저널> 전직 기자 유카리 케인은 지난 3월 펴낸 <유령의 제국 : 잡스 이후의 애플>에서 “잡스가 스타이자 이상주의자라며, 쿡은 무대 매니저이자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잡스의 창의성 없이는 쿡의 고집센 실용주의에 균형추가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중략>

 

‘쿡의 애플’은 소비자, 투자자, 직원 등 다양한 층위의 요구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보통 기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독특한 카리스마의 창업주가 건설한 특별한 애플을 후임 경영자가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인 조직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