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소득 주도 성장론' 주목•••소득 분배 등 경제민주화 색채 짙어 

배셰태 2014. 7. 23. 22:47
[최학림의 세상 속으로] '소득 주도 성장론' 주목한다

부산일보 2014.07.23(수) 최학림 논설위원

 

경제 수치를 보면 아이러니가 있다. 분배 정책에 기울었던 김대중 정부 때 5.3%, 노무현 정부 때 4.3%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데 반해 '747 공약'으로 연평균 7%의 경제 성장을 하겠다던 이명박(MB) 정부 때는 2.9% 성장에 머물렀다. 분배를 한다고 둔화되는 것도, 성장을 하겠다고 치솟는 것도 아닌 게 경제인 것이다. '미묘한 동물', '잡히지 않는 동물' 같은 것이 경제다. MB 시절, 대기업이 잘되면 '이윤 파이'가 골고루 돌아갈 거라는 '낙수 효과'에 기댄 성장 지상주의는 파탄 났다. CEO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 그야말로 대기업만 잘됐던 것이다.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만 500조 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걸 잡겠다는 것이 '경제민주화'였다.

 

"뭘 많이 먹여야 돼"라는 것은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유명한 대사다. 다툼 없이 마을이나 나라가 편안하게 되기 위해서는 '골고루 잘 먹는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바로 그게 경제 민주화다. 헛구호에 그치기는 했지만 실제 MB 정부 때부터 '공생발전'이니 '동반성장'이라는 비전이 줄곧 제시됐다. 그 비전들에는 유럽형 국가발전 모델인 복지사회의 비전과, 케인스 이후의 수정 자본주의 모델 따위가 어른거린다.

 

소득 분배 등 경제 민주화 색채 짙어

여야 입장 차 적어 모처럼 소통 기회

 

박근혜정부의 제2기 내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이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친박 실세의 핵심 정치인으로 입각한 그는 단연코 제2기 내각의 간판이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다소 애매한 창조경제론이라는 '박근혜노믹스'로 출범했다면 제2기 내각에 들어 '최경환노믹스'로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최경환노믹스의 핵심은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집약되고 있다. 먼저 빨간불이 켜져 있단다. '한국 경제에 일본식 장기 불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경제 활력을 회복해야 하며 '소득'이 그 활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 경기 부양이 그것이다.

 

소득의 다른 이름은 분배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 민주화의 색채가 짙다.

 

600만 명 비정규직의 열악한 임금 수준을 개선해야 하고, 기업이익(사내유보금 등)을 임금·배당·투자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대기업보다 노동과 임금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널따란 정책 프리즘이 제시돼 있지만, 무엇보다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부총리는 박정희식 성장 경제 모델을 20여 년간 몸으로 익혔던 경제 관료 출신이다. 그런 그가 '소득 주도 성장론'을 펴고 있는 것은 자못 함의적이다. 야당에서도 '소득 주도 성장론'을 활발하게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려 실질 임금이 1% 증가하면 국민총생산(GDP)도 1%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한국경제의 몸 씀이 둔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을 통한 출구 내기에 여야의 정치적 입장이 현재로선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 양상이다.

 

백성을 골고루 먹이는 일은 천심을 달래는 것이라고 했다. 바야흐로 이 지점에서 소통이 이뤄지려 하고 있다. 여야의 당색을 따지며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소통이 '밥통'으로 연결돼야 한다. "뭘 많이 먹여야 돼." 일개 촌장이 평생의 경륜으로 했던 그 말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최경환호'의 어깨 위에 박근혜정부의 성패 여부가 무겁게 놓여 있다. 그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렇다.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