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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무도 모르는 '창조경제'누가 '창조'했나?"

배셰태 2014. 7. 12. 08:31

재외동포신문 2014.07.11(금) 박정연 재외기자

 

박근혜 정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중략>

 

16강 진출 실패한 월드컵 대표팀, 박근혜 정부와 비슷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주창한 창조경제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받은 성적표만큼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한국축구의 현실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경제를 살릴 전략과 전술은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났다. 별다른 경기부양책도 없이 허울 좋은 간판만 단 채 1년 반이란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국가경제가 흔들리는데 여전히 '경제 살리기'라는 골대 앞에서 헛발질만하는 셈이다.

 

'창조경제'를 한다는 의미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박근혜 정부가 처음 만든 말이 아니다. 원래 이 말은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지난 2001년 출판한 <존 호킨스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그 이후로 이 용어가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던 대다수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무척 반겼다.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 중에서도 내심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과거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믿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뒤늦게 후회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 선택만은 맞을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은 유권자도 있다. 자원도 부족하고, 국토도 좁은 우리나라가 살 길은 오직 경제 발전이라는 강한 집착, 잘 살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새 정권이 내세운 기치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창조경제의 성적은 초라하다. 가시적인 성과도 거의 없을뿐더러 정부 관료들은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여전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창조경제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민들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자 창조경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하는 푸념의 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실패한 국가전략이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들은 정부의 구호에 맞장구는 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나 실천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통한 고용 효과 증진과 일자리 창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 관료도 이해 못하는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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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 벤처기업인들의 정책성과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54점의 낙제점을 받았다. 창조경제가 잘 되고 있다는 응답도 15.5%에 불과했다.

 

미래부 장관이 물러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창조경제 성과의 부진이었다. 청문회에 등장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의 자질 논란이 뜨겁다.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잔디밭에 고추를 심은 것에 대해 "이만한 창조경제가 어디 있겠냐?" "이 정도면 창조경제 국가전략을 수립할 만한 최고의 적임자"라는 조롱 섞인 비아냥마저 들린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책임질 주무장관조차 제대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국민적 질타를 받은 데 이어 두 번에 걸친 총리후보자 낙마로 위기를 자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최근 40% 이하로 떨어졌다. 대다수 국민의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과 신뢰 역시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부 관료들은 세월만 낚고 있다. '남은 3년 반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인지 의심스럽다. 아무리 좋은 국가전략과 구상이라 할지라도 이를 수행해야 할 정책입안자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실상 이 정책은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 없는 정책과 같다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기업인이 인증제도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이를 위해 '1381'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박 대통령은 "'1381'을 많이 알고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당황한 장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모른다면 없는 정책과 같다."

 

백 번 지당하고 옳으신 말씀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은 지금 창조경제가 처한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의 창조경제는 국민이 잘 모르는 '1381' 콜센터와 다르지 않다. 일반 국민들조차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가수 싸이가 "내가 바로 창조경제"라고 한 말 정도만 흐릿하게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창조경제의 틀을 어떻게 다시 재정립하고 풀어갈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창조경제라는 국가전략 자체는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기조로 손색이 없다. 창의성에 기반한 혁신과 노력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국가전략과 국가운영지표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관료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사고를 갖고, 복지부동한다면 사실상 국가전략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앞으로 3년 반이란 시간이 남았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창조경제의 실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또 속았다'는 말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에 단 한 명으로 족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살며, 우리의 미래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