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퇴직은 종착역 아닌 인생의 ‘중간역’

배셰태 2010. 7. 24. 18:52

퇴직은 종착역 아닌 인생의 ‘중간역’
[행복한 ‘인생 제2막’을 위하여] ①새로운 출발을 위한 제언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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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을 주도했던 50, 60대가 은퇴 세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은퇴자들의 재취업 및 은퇴 후 생활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은퇴는 여전히 대부분의 은퇴자 및 은퇴예정자에게 ‘막연함’ 자체다. 무엇이 정답이라는 공식도 없고, 정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바람직한 은퇴 생활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기를 맞아 전문가들로부터 새 출발을 위한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인간의 수명은 과학과 의료기술 덕분으로 부쩍 늘었다. 20세기 이후 인간의 수명은 한 주에 이틀씩 늘었고, 지난 30년간 15년 정도의 수명이 늘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80세를 넘어섰다.

수명이 짧았던 시절 사람들은 일직선적인(linear life)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지만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고 정년이라는 제도가 생겨나면서 퇴직 후 노년기의 생에 대한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했다.

우리 일생은 대략 유년기의 성장과 교육기, 성공과 취득을 위해 생존·경쟁하는 직장기, 마지막 세 번째 퇴직과 함께 오는 노년기로 나눌 수 있다.

은퇴는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

좋은 환경에서 예고된 퇴직 수순을 밟더라도 은퇴란 충격적인 사건이다. 퇴직날이 다가오면서 마음의 동요는 심해진다.

은퇴자로 구성된 어린이학교안전지킴이들. 퇴직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종착역을 향하는 중간역이다. (사진=연합뉴스)
은퇴자로 구성된 어린이학교안전지킴이들. 퇴직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종착역을 향하는 중간역이다. (사진=연합뉴스)

 
퇴직 날, 다른 세상을 향해 뛰어내려야 한다. 잠깐 동안의 자유낙하를 경험하고 바닥에 떨어져 긴 회복기에 들어간다. 회복이 빨라 다시 일에 귀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다. 또 방향을 잃고 남은 생애를 목적 없이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퇴직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종착역을 향해가는 중간역의 하나로, 주기적으로 순환하는(Cyclic life) 생의 한 단계로,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주는 기회와 도전의 시간이다.

시간, 공간 그리고 건강

서점에는 은퇴관련 서적이 널려있다. 책은 대부분 창업과 재정(돈)에 관계된 것이다. 퇴직자 예비교육을 하는 몇몇 대기업 교육과정을 봐도 80%이상 재정에 관련된 시간으로 짜여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퇴직 후 모든 것이 돈으로 엮여있다. 노후보장 시스템의 미비와 1차 보충 역할을 해줘야 할 연금의 사각지대가 너무나 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돈 이외로 걱정해야 할 부분은 점점 늘어나는 노후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긴 세월을 버텨줄 건강에 관한 관심이다.

퇴직 후 제일 많은 것은 시간이다. 사람들은 그 여유로운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겠다고 하지만 목적 없는 시간은 낭비다. 여가는 공짜가 아니다. 놀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감성적 자본이 필요하고 시간을 채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은 돈이라는 얘길 들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퇴직자에게 시간은 적이다. 많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않는다면 당신의 어깨는 늘 무거울 것이다. 돈은 늘 부족하고, 에너지는 달리며, 새로운 것을 추구 하거나 배우려는 의욕은 떨어진다.

재직 중에는 한 평의 책상이든 다섯 평의 사무실이든 늘 확보된 나의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퇴직과 함께 내 공간은 없어졌다. 가정은 당신을 새로운 침입자(?)로 규정하고, 아내나 아이들은 당신의 공간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 한다. 가정으로의 귀환은 상당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하며 당신의 공간 확보를 위해 가족의 양해와 마음의 준비가 따라 줘야 한다.

건강(Health), 신체단련(Fitness), 다이어트(Diet)는 긴 여정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주위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또 다른 준비이다. 당신이 긴 세월을 병치레로 지낸다면 주변 사람의 생이 버거워진다. 건강을 챙기면서 적당한 운동과 음식조절을 통해 괜찮은 노년기가 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에게 던지는 주명룡 회장의 메시지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에게 던지는 주명룡 회장의 메시지

 
나를 알고 생을 선택하기

노령화를 우리보다 일찍 겪고 있는 선진국은 은퇴기를 자율권이 부여되는 황금의 시절이며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한국은퇴자협회는 타오름세대라고 명명했다. 새 은퇴기를 살아가려면 나를 알아야하고, 그에 따른 선택을 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나를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펜을 들고 본인에 대한 특색을 기술해 나가다 보면 공통적인 줄거리가 잡힐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생의 방향을 그리다보면 종합적인 생의 선택이 나올 것이다. 이런 선택은 단숨에 나오지 않는다. 미리부터 시간을 두고 그리다보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리된 내용이 준비될 것이다.

아직 안 끝났다!

켄터키후라이드치킨(KFC)이라는 세계적 체인을 만든 Sanders는 65세에 망했다. 그러나 자신의 장기인 치킨사업의 꿈을 접지 않고, 첫 번째 지급된 105달러의 연금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찾아 KFC를 만들어 낸다.

한국은퇴자협회 회원이자 후원자인 김창원(73) 사장은 현대중공업에서 퇴직 후 무료한 날을 보내다 12명의 동료 퇴직자와 함께 하청 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현재 200여 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으며 대부분의 근로자가 60~70대로 구성돼 있다. 김창원 사장의 꿈은 2015년에 1000여 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필자도 두 번 은퇴를 했다. 1970년대 말, 선망받는 대한항공 국제선 남승무원(Steward)을 은퇴하고 미국으로 이민했다. 이후 이민자로서 미국의 꿈을 만들어내고, 은퇴 후 귀국해 은퇴자협회를 설립하고, 8년째 한국의 중장노년층을 위한 노령화관련 사회변화 운동을 하고 있다.

키케로는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만 가게 돼 있다”고 말 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갖고 반복된 연습 인생을 살수가 없다. 주어진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두발로 지구를 밟고 있는 한 열심히 해봐야 한다.

퇴직은 끝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이다. 그 시작과 출발은 마음먹기에 따라 순환(Cyclic life)하고 있다. 생이 끝날 때 내가 사회적으로 존재 가치가 있었던 사람이었나 라는 질문에 동의할 수 있는 괜찮은 인생을 살도록 진력을 다해야 한다.


공감코리아 | 등록일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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