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한반도의 지정학과 생존 전략: 불변의 지리, 변화하는 국제질서

배셰태 2025. 4. 8. 09:50

※한반도의 지정학과 생존 전략: 불변의 지리, 변화하는 국제질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야기한 트럼프는 미국 전역에서 많은  시위와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가 믿는 방향으로 국가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과의 관계에 다소의 금이 가더라도 대중국 포위전략에  확실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남으로는 일본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이 위치한 대한민국은 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접점이었다. 조선 말엽에 전개되었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경술국치로 이어져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였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왜 그러한 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의 운명이 그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왜 우리 스스로 그러한 문제를 헤쳐 나가지 못했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외부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국내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리는 현실정치(Realpolitik)의 정글에 던져진 나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두 가지 전략은 동맹관리와 자강(自强)이다.

동맹관리란 단순히 외교관계 유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뢰와 실리의 조율, 그리고 상황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자강은 단지 국방력 강화만이 아니라, 정보·과학기술·경제 등 다차원적 자율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려면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내부역량이 탄탄해야 하며, 동맹 또한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치와 기대 이익에 근거하여 지속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대국 리더십의 판도 변화속 한국의 선택

현재 글로벌 권력구도는 과거 냉전기의 이념 대결이 아니라, 실리와 권력투쟁이 전면에 부상한 신(新)지정학 시대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고 상호 보복관세로 지금까지 미국의 보호막 때문에 안전을 유지하고 잘 살아왔으니 이제는 빚을 갚아라는 태도로 전통적인 동맹의 무조건적 유지를 거부하고 실익이 있는 동맹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70년간 굳건하다고 믿었던 한미동맹조차 투자대비 수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면 시진핑의 중국은 경제적 포섭과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며 인접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전이라는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또 언론을 장악하여 조용한 침공을 한반도에서 전개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미국중심의 단극체제를 끝내고 다극체제를 통하여 지정학적 공간을 회복하려 한다. 러우전쟁이 종료되면 신동방정책을 통하여 우리와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단순한 외교적 줄타기를 넘어서 전략적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트럼프 제2기의 미국의 외교노선은 더욱 실리 중심으로 돌아서고 있고, 동맹의 조건 역시 철저히 비용과 효용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과거의 위엄과 체면을 벗어던지고 실리 중심으로 나가는데는 그만큼 미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그가 인태사령부를 통한 중국 포위 전략에 매진할 경우, 한국에 대한 요구는 방위비 증액, 미사일 배치, 대중 견제 참여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미는 허용하되 친중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태도는 한국에 어려운 딜레마를 야기한다. 반미·반중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는 허상이며, 결국 어느 한 쪽을 더 밀접하게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주변 강대국의 전략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필요시에는 선제적 외교 행보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동맹의 재정의: 조건부 우호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제 동맹은 단순한 ‘약속의 관계’를 넘어선다. 동맹은 ‘이익의 교환’을 기반으로 유지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략자산, 정보력, 기술력, 외교력 모두가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동하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나중에 외무장관을 지냈던 최광수씨를 국방차관으로 임명했다. 명석했던 최광수 차관을 통해 SCM(한미 안보협의회)의 전략적 틀을 구축했던 역사적 사례는,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가 결합될 때 외교안보 환경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내부 저항이 있더라도 정확한 지침과 실행력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는 다시금 이러한 방식으로 한미 간의 전략적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단기적 동맹 유지를 넘어서 장기적 파트너십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 우주, 사이버 등 미래안보 영역에서 미국과의 협력 확대는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동맹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실질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의 자강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동맹국’이라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중심에 있다. 우리는 이 복잡한 세력 균형 속에서 단지 ‘줄타기’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동맹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며, 약속보다 실익이 우선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계산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대륙국가의 전략과 해양국가의 전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한반도의 선택과 동맹관리는 우리와 후손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피하지 못할 생존전략을 고민하게 한다. 한국도 이제는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지만 전략적 선택과 동맹관리를 통해 운명을 극복해 가야 한다. 자칫 삐끗하면 새우가 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출처: 주은식 페이스북 2025.04.07
https://www.facebook.com/share/15QT8eNTcQ/?mibextid=oFDk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