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대중 칼럼] '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배셰태 2024. 11. 19. 11:59

[김대중 칼럼] '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조선일보 2024.11.19 김대중 칼럼니스트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11/19/NYLQCUEF6RG4XIPR2O4CDUOJBY/

-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트럼프를 중·러·나토는 예의 주시
- 우리는 격랑의 세계 정세 아랑곳 않고 여야가 피 터지게 싸우느라 바빠
- 尹 대통령, 난국의 리더십 발휘해 트럼피즘 파도 극복해야
- 야권은 정치 투쟁으로 소일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

‘트럼프 바람’이 무섭다. 이념적으로는 미국 보수화 또는 미국우선주의의 바람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복수의 바람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오래 준비한 듯이 미국의 골수 우파 전사(戰士)들을 거침없이 차기 정부의 요직에 선발하고 세계를 향해 미국이 변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를 독재자·범죄자·반(反)민주주의자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지금 떨고 있다.

트럼프 바람은 미국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특히 미국과 거래가 밀접하거나 불가피한 나라들도 트럼프에 맞춰 춤을 출 준비에 분주하다. 나토(NATO)나 동아시아의 미국 우방뿐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나라들도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대응에 들어가고 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몰라도 트럼프는 가히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도 트럼프 바람에 긴장하고 있기는 하다. 가장 빠른 쪽은 기업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 보름 만에 외국인을, 또는 미국인을, 또는 미국을 잘 아는, 특히 트럼프 성향에 익숙한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정치권은 아니다. 도대체 트럼프 바람의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고 느리다. 느리기만 하면 또 모르겠는데 아예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피 터지게 싸우느라고 바쁘다. 트럼프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이미 예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행사라지만 그래도 하필 이 시점에 우리 대통령은 저 멀리 남미에서 레임덕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한가한 사진만 뉴스에 뜬다. 그리고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 오는 거리에서 악에 받친 듯 윤 대통령과 정부를 매질하는 사진만 뜬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바 없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몰두하는, 천방지축 나라의 꼴로 비칠까 걱정된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대한민국이 트럼프 바람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반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안보 면에서 미국의 철통 같은 안보 공약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굳이 미국이 그 비중을 줄이겠다면 우리도 핵화(核化)하는 길로 가는 것이 그 하나고, 경제 면에서 한국이 미국과 자원 협력국으로 가면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무위로 끝나지 않도록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왜 트럼프를 선택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범죄적 요소를 몰라서 또는 그를 좋은 인격자인 줄 착각해서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이 트럼프에게 베팅한 것은 그것이 지금 미국을 부양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여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그 어떤 부족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라의 정체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난국을 이겨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우파는 정치를 소홀히 해서 망하지만 좌파는 우파의 실수를 먹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징역형 판결은 지금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는 두 사안의 격(格)이 다른 것임을 극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부인의 문제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문제는 이 대표 자신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윤 대통령 부인의 문제는 처신에 관한 문제이지만 이 대표의 문제는 범죄의 문제라고 판시된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우리가 격랑의 세계 정세,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극(極)보수화-우경화-그리고 미국 우선주의의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이냐의 문제다. 북한은 갈수록 군사화하고 블록화하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중국과 더불어 핵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어떤 극단적 자국 보호주의도 마다 않는 매가(MAGA)주의에 매몰돼 있다. 이런 것을 세상은 트럼피즘이라고 한다. 이제 막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겨누고 세계의 반열에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국가적·민족적 과제이며 시험대다. 그런데 여기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조치들에 미온적이거나 시간을 낭비한다면, 그리고 야권은 탄핵 등 정치 투쟁으로 소일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
※트럼프를 구세주로 떠받드는 자들... 트럼프를 적대시하는 자들... 둘 다 극복해야

트럼프를 삼위일체의 세번째 기둥(성령, The third pillar of the trinity) 쯤으로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웃기는 풍조입니다.

우리는 트럼프 정부에 잘 대응하고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나아가 트럼프 흐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해야 합니다. 트럼프로 상징되는 미국의 흐름 (고립주의적 색채를 띌 수 밖에 없는, 제조업 부활에 대한 갈망...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 강화... 이 두 개의 상호모순적 요구의 믹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미국의 제조업과 블루칼러-중산층(숙련/반숙련 제조업 근로자)이 거덜난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군사지정학적 리더십이 너무 강해서, 달러가 과대평가됐기 때문입니다. 플라자 합의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조치였죠.

그래서 저는, 고립주의에 바탕한 (관세에 바탕한) 제조업 강화 시도에 대해 좀 비관적으로 봅니다. 제 살 파 먹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세가 낮아서 제조업이 박살난게 아니니까요. 애초, 달러 과대평가 때문에 진행돼 온 문제입니다.

또한 트럼프 흐름이 성공할 경우(제조업 및 블루칼러 중산층 강화) [공화주의와 도덕적 보수주의] 물결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저는 공화주의와 도덕적 보수주의의 강화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개인을 3위일체 제3기둥으로 떠받드는 풍조가 된다면, 공화주의와 도덕적 보수주의는 강화되기는 커녕 우스개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또한 반대로 트럼프 흐름을, 적대시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어리석습니다. 앞서 말했듯 트럼프 흐름은 제조업 붕괴, 중산층 붕괴, 공화국 기풍 해체, 도덕적 해체주의 등에 대한 강렬한 반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같은 세태를 만들어낸 지난 30여년 동안의 친중-하이퍼-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반발이기 때문입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한국은 '트럼프 태풍', 보다 크게는 '중국 침몰/정체 쓰나미'가 좀 빗겨갈 수 있는 잠재성,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침몰/정체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죠.

1) 중국이 침몰/정체하면 세계 경제가 정체됩니다. 엄청난 구조조정입니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제 거꾸로 돌아갑니다. 중국이 침몰/정체하면서 세계경제의 뒷다리를 잡습니다.

2) 중국은 고분고분 약화되지 않습니다. 공산당/인민해방군이 되도 않는 모험/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중국은 구조적/장기적 침몰/정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우선 내적 성장 기반이 모두 고갈됐습니다. 중국은 물, 자원, 에너지, 식량, 인구구조 등 5대 성장 기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한국은 이 중 물과 인구 뿐이었죠). 물은 이제 지하수 60%가, 손을 대면 안되는 상태까지 오염됐습니다. 자원/에너지/식량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됐죠. 인구는 10년 안에, 일본 인구 크기의 노년층이 추가되고(1억 2천만), 프랑스 인구 크기의 노동력이 감소합니다(7천만). 한국 처럼 노년층이 건강하거나 디지털화 돼 있지도 않습니다.

중국은 위 5대 성장기반에, 정치적 안정(등소평 이후), 미국-서방의 구도(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 등이 맞아 떨어져 대운을 맞이했습니다. 1976년 모택동이 죽고 2016년까지니까..정확히 40년 동안....

원래는 80년대처럼 차분히, 농업==>경공업==>중화학공업 ==> 첨단..으로 가면서 시간을 두고 정치혁신(공산당 체제 약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80년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천안문에서 만명 넘게 학살하면서 눈알이 뒤집어졌습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식 외발 자전거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외발 자전거가 안 쓰러지려면 끝없는 정치갈등과 혁신과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거 없이 그냥 외발 자전거를 탄 겁니다. 그 큰 덩치가.. 스텝이 엉망으로 꼬여서 이젠 정치변화/정치혁신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갔습니다. 정말 깊게, 깊게 주저앉을 일만 남았습니다. 인류 최악의 부실 체제...위험 체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든 도람뿌든, 미국은 중국을 억제해서 주저앉힐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10년 걸릴지, 30년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대전을 치르지 않으니까, 그만큼 더 오래 걸릴 겁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살아가며 계속 번영하고 순조롭게 변화할 길은?

출처: 뱅모 2024.11.18
https://www.youtube.com/@bangmo7/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