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이재명 대표님’을 괴롭힌 죄
대구일보 2024.08.03 송국건 정치평론가/송국건 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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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정치평론가/송국건 TV 대표
여의도 정치가 난장판이다. 필자가 오랜 기간 국회를 출입하면서도 취재한 경험이 많지 않은 예외적 이슈였던 ‘특검’ ‘탄핵’ ‘거부권’이란 용어가 일상이 됐다. 여당은 야당이 ‘탄핵 중독증’에 걸렸다고 하고,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의 ‘거부권 중독증’이라고 한다. 특검 대상이 대통령 배우자, 여당 대표이고 탄핵 대상이 검사, 방송통신위원장인 점도 낯설다. 임기 시작 이틀 만에 탄핵안을 통과해 직무를 정지시킨 건 해외토픽감이고, 국회 청원을 빌미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연 건 헌정사의 오점이다. 민주당이 떼써서 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법사위(정청래)와 과방위(최민희)는 저질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와 사법의 충돌도 일상이 됐다. 야당은 수사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발의한 것도 모자라는지 한 명씩 법사위로 불러 망신을 주려고 한다. 판사 출신 민주당 법사위 간사(김승원)는 검사 탄핵 사유를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김혜경), 동지(정진상·김용 등)를 괴롭힌 죄”라고 했다. 나아가 이재명 전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기소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할 태세다. 또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에 잘 부르지 않는 검찰총장을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예 검찰청 폐지도 추진한다. 검찰은 사안에 따라 반발 목소리를 내면서 부글부글 끓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막장 국회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재명과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은 지난주 국회에서 2시간 밀담을 나눴는데 그날은 조국이 당내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위원회’라는 걸 만든 날이다. 가관인 건 ‘국정농단 제보센터’를 동시에 개통했다는 점이다. 탄핵은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한다. 그런데 법대 교수 출신 조국은 ‘탄핵’이란 목표를 먼저 정해 놓고 탄핵의 사유를 지금부터 수집하겠다고 한다. 이재명은 그런 조국과 보폭을 맞춘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킨 데 그치지 않고 국정조사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누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이재명 사법 위기’를 빼면 난장판 여의도를 설명할 수 없다. ‘조국 구속 위기’도 마찬가지다. 11개 혐의, 7개 사건으로 4개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의 목표는 딱 하나다. 모든 재판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다음 대통령 선거 이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는 거다.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심각한 건 3년 가까이 남은 대선 날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0월에 1심, 내년 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탄핵 시나리오를 가동해서 대선을 앞당겨야 이재명의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조국은 더 급하다. 대법원 확정판결만 나면 구속될 처지다. 조국이 ‘탄핵 추진위원회’를 당내에 만든 이유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이재명·조국이 구속돼야 막장 국회가 정리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사법부 몫이다. 이재명 재판, 조국 대법원 확정판결을 질질 끌지 말고 규정과 관행대로 절차를 진행해 끝을 내야 한다. 이재명은 정치검찰이 모든 사건을 조작했다며 야당 권력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다. 조국은 문재인 정부 때 검찰개혁을 주도하다가 보복 수사를 당했다며 여의도에 성(城)을 쌓았다. 둘 다 검찰 탓을 한다. 그러면 법원에서 정말 죄가 없는지 가려줘야 한다. 만일 유죄가 나오면 지금 국회 상황은 야당의 ‘탄핵 중독증’이 맞다. 반면, 무죄가 나오면 야당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했는데, 윤 대통령과 여당이 ‘거부권 중독증’에 걸린 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은 엄청난 역풍을 맞으면서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사법부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각 재판부가 서로 눈치를 살펴 판결을 미루면서 ‘폭탄 돌리기’를 한 건 이유가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내리던 지지자들로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공격을 당할 게 뻔한 까닭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판결이 대한민국 정치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엄청난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대한민국 정치가 엉망이 되면서 아예 사라지려고 한다. 무엇보다 입법부가 민생을 팽개치고 정쟁만 벌이면서 국민 삶을 어렵게 만든다. 법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어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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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자유일보/차명진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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