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국힘, ‘대(大) 혼돈’ 조기 종식시키려면 권성동부터 사퇴시켜라

배세태 2022. 8. 28. 16:44

※국힘, ‘대(大) 혼돈’ 조기 종식시키려면 권성동부터 사퇴시켜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국민의힘은 주말인 27일 긴급의총을 열고 장시간 갑론을박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권성동 원내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위기를 기회로 쉽게 바꿀 수 있을 텐데도 그가 끝내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의 국민의힘 ‘대(大) 혼돈 사태’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이날 국민의힘 의총은 기존의 당헌 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권성동 원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은 지도부의 공백으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할 수 앖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한심한 정당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법리에 의한 판결’이기보다는 ‘정치판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판결‘ 때문이다. 이점은 많은 국민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정당의 ’비상상황‘을 어떻게 판사가 정의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대표가 ’궐위‘가 됐든, ‘사고’가 됐든 성(性)상납 증거인멸 혐의로 징계를 받고 부재중인 상황을 당은 ‘비상상황’이라고 봤다. 그런데 판사는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최고위원 사퇴로 ‘비상상황’이어서 당헌 당규에 따라 비대위를 설치했는데, 판사는 비대위로의 전환을 위해 최고위원 사퇴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봤다. 

이것이야말로 판사의 엄청난 주관적 판단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답을 낼 수 없는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들은 당 대표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사퇴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지, ‘비상상황’을 만들려고 일부러 사퇴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판사는  무리한 주관적 판단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비상상황’을 두고 판사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당은 전당대회를 거쳐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로 지도부를 구성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될 때가 허다하다. 일테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도 비대위 체제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비대위 체제가 이어졌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당이 ‘’비상상황‘ 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 구성원들의 몫이지, 판사의 몫이 아니다. 당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로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정직을 당한 상황이 어떻게 ‘비상상황’이 아닌가. 법률적인 해석이고 무엇이든 간에 정직한 판사라면 “이 가처분 신청은 ‘정당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기고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라며 각하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 황정수 판사는 매우 우려스러운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당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판사가 정당의 운영에 개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 판례에 근거해 판결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 판단 내용이나, 시기로 보아 집권여당의 혼란을 바라는 어떤 의도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판결이 어떠하든 국민의힘은 근본 원인을 알았으면 신속하게 타개책을 강구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사태 수습 방법만 썼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의신청을 했다. 그리고 열은 의원총회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름길은 외면했다.

그 지름길은 무엇일까? 의원총회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하면 이준석 전 대표는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고 그 신청은 인용될 게 뻔하다. 그래서 그럴 때 판사도 어쩔 수 없이 신청을 각하시킬 수밖에 없게 당을 ‘진짜 비상상황’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할 수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무대행을 할 수 없게 하면 된다. 본인이 원내대표를 사퇴하여 당 대표직무대행을 하지 않으면 더 좋고, 권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그를 윤리위에 회부해 사퇴시키면 된다. 그러면 다시 원내대표를 뽑고 그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무대행을 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 된다. 이게 정답이다.

그러면 어떤 사유로 징계를 내리면 될까?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모호성 보다는 엊그제 천안에서 있은 당 연찬회 동안 회식 중인 취재기자들의 술자리로 찾아가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노래를 부른 처신에 대해 책임을 물어 징계하면 된다. 당시는 을지훈련 마지막 날로 대통령마저 금주령을 내린 상황인데 기자들이 부른다고 술자리에 가서 노래를 불러댄 것은 충분히 징계 사유가 된다.

따라서 이렇게 명백한 ‘비상상황‘이 되면 그 뒤에 원내 대표 선거를 치르면 된다. 그리고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이므로 단기간에 새 원내대표 선출이 가능하다.  그 다음엔 새 원내대표가 일단 당대표직무대행이 되고, 다음부터 절차를 밟아나가면 된다. 괜히 권성동 당 대표직무대행체제로 다시 가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는 게 맞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어떻게 될까? 물론 아직까지 인용 결과로 기세등등하여 내년 1월 징계가 끝나면 복귀할 것으로 자부하고 있겠지만, 최소한 보수우파 쪽에선 그가 설 자리는 완전히 없어진다.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통령까지 걸고넘어진 상황에서 누가 그를 용납하겠는가.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봐야할 것이다. 당심(黨心)과 민심은 엄중하기 때문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8.28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2j6caN8Uph4vVPKp9NTKyCCVHgyd8YRdgdFP1VHJk5oZdQYmBKtQdb7WnLCfaHdRLl&id=10005617714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