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석열 국정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문재인 정부 남북 핫라인 조사 '고도 통치행위' 겨누나

배세태 2022. 7. 18. 19:27

국정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文정부 남북 핫라인 조사 '고도 통치행위' 겨누나
한국일보 2022.07.17 김진욱 기자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71715580002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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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오른쪽)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국가정보원의 '변심'에 거침이 없다. 박지원·서훈 두 전직 원장을 보고서 무단 삭제 등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통일전선부와 오간 메시지까지 문제 삼을 요량이다. 남북 핫라인은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에 속해 사법처벌 대상으로 삼기 어렵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한때 남북관계의 막후 밀사 역할을 자임했던 국정원이 공격 본능을 드러내며 발빠르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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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2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왼쪽)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접촉 활발하던 2018년이 조사 대상

국정원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사이 남북 간 접촉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서훈 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조율에 나설 때다.

이 과정에서 기밀 또는 주요 정보가 북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가 관심사다.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 내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는 17일 “(해당) 사안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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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원훈석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과거 원훈석으로 교체됐다. 청와대 제공

'180도' 입장 바꾼 국정원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김 부장이 등장하자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김 부장은 앞서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정원은 "(천안함 사건은)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의 지시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동시에 국정원은 북한과 군 통신선 등 공식 연락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통전부와 비공개 핫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이후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도 북한은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 청와대를 수신인으로 통지문을 보냈다.

따라서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던 2018년의 상황을 국정원이 조사한다는 건 '자기 부정'으로 비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돌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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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文 정부 ‘위법’ 드러나도… 사법처리 난망

관건은 국정원이 사안을 얼마나 파고들 것인지에 달렸다. 남북 핫라인 메시지를 조사하다가 자칫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도 있다. USB에 담긴 내용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를 직접 건넸다며 발전소 관련 내용이 있다는 점만 인정했다.

국정원이 부적절한 부분을 찾아낸다 해도 사법심사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통치행위에 속한다. 앞서 2004년 대법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자체는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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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2월 당시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적조사' 역풍 가능성도... "안보 자해행위" 비난 나와

이처럼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정원의 ‘줄타기’가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도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앞선 정권에 대한 '표적조사'라는 비판이 거세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정원은 ‘용두사미’ 조사에 대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당국 간 비밀 접촉에 대해 기밀을 누설하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경고도 적지 않다. 박지원 전 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안보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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