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 지도자다운 지도자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을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보도한 일이 있었다. 타임지는 러시아의 침공이 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의회에서 “삶은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면서 유럽 각국의 협력을 촉구하는 연설을 두고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전(全)세계는 하루나 이틀이면 수도(首都)인 키에프가 함락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문필가 도스토옙스키를 배출한 나라다운 나라답게, 지도자다운 지도자 젤렌스키 대통령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강국 러시아 군을 맞아 일전(一戰)을 불사(不辭)하는 중이다.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항공편을 제공할 테니 망명할 것’을 권유하자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TV에 군복차림을 하고 나와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망갈 항공편이 아니라 더 많은 탄약입니다”라면서 각료들과 함께 수도에 남아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연히 다짐했던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는 결기에 찬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감동했을 것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 13만 명이 자원입대했고,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던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속속 귀국해 참전대열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온 몸으로 러시아 탱크 앞을 가로막아 세웠고, 한 주부는 막대기를 들고 나와 러시아 군인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역시 용감한 지도자에겐 용감한 국민들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신문들은 국민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초대 대통령’이라고 부른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만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부럽기만 했다. 우리나라는 언제 저런 멋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젖었기 때문이었다.
역사는 가정(假定)은 없다지만, 만약 대한민국이 저런 경우라면 어떠했을까?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처럼 국민을 버리고 현금다발을 쥔 채 국외탈출 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당시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핵 개발과 잇따른 무력도발에도 불구하고 친북정책을 이어간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 공산당의 사드 협박과 공갈에 자진해서 3불(不)정책을 갖다 바치고 혼밥을 하면서 겨우 만난 시진핑 주석에게 ‘높은 산 낮은 산’운운 하며 저자세의 굴욕적 사대외교행태를 자처한 무능과 무소신의 정권이었다. 후안무치하고, ‘내로남불’에. 편 가르기를 지속하면서 탈(脫)원전에. 소주성 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정권이었다.
문재인 전(前)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퇴임 후 경남 양산에 내려가 생활하고 있다. 그는 ‘퇴임하면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해왔다. 그러나 연일 페이스 북에 사진과 함께 근황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한미 동맹을 강화한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언급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외교정책을 친중 성향이라고 비판했던 일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하늘의 도움인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재인 정부와는 확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더 지켜봐야한다는 여론이 절반 가까이 되고 있어서 필자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취임 한 달이 되는 동안 그가 보여주고 있는 ‘파격적인 한 달’을 돌아보면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출퇴근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변하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하고, 참모들과 수시로 대중음식점을 찾는 등 기존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주말엔 부인 김건희 여사와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을 찾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는 점은 주요 성과이다.
무엇보다 지난 현충일 윤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국민들이 안도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주목한다. 추념사 요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위해 국가가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처럼 안보체제와 보훈체제를 강조한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현충일 추념사에서 “우리 국군의 뿌리는 김원봉”이라고 하여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이것과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은 먼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절대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보훈체제에 대해 “합리적인 체제를 마련해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그의 이런 약속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 영웅 초청 소통 식탁’행사에서 나타났다. 행사에 앞서 1층 입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레드카펫이 깔렸다. 생존 장병과 희생자 유족들이 청사에 들어오고 나갈 때는 국방부 의장대의 사열식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호국 영웅에 대한 예우가 국민통합의 시작”이라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격(國格)에 걸맞은 예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정권에서는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방치해 왔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연평해전 같은 비슷한 일이 생기면 ‘선(先) 조치 후(後) 보고’, 원점 타격하라고 우리 군에 지시했다”고도 했다. 우리도 이제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볼 수 있게 됐으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6.10
https://www.facebook.com/100056177142556/posts/pfbid0yA9pEZdsMA7b8hHWndBDrNgtbT6WxBxnoAVm4aqnkjXvqVBGjEq9kqV8t5SrGRajl/
'시사정보 큐레이션 > 국내외 사회변동外(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전문가들 “한국 나토 정상회의 참석, 대북 억지력 강화…미한동맹에도 기여”■■ (0) | 2022.06.11 |
---|---|
■■[김용삼 칼럼] 정상 국가, 정상 사회를 향한 멀고 험한 길■■ (0) | 2022.06.11 |
성남FC 후원금 160억원, 상당 부분 현금으로 인출...이재명에 대한 직접 조사 곧 이뤄질 예정 (0) | 2022.06.10 |
◆◆[이춘근의 국제정치 249-1회] 변하지 않은 북한의 도발, 확 바뀐 한미의 대응◆◆ (0) | 2022.06.10 |
■■미국 전문가들 “북한 7차 핵실험 하면 ‘억지력 강화·정보유입 확대’로 대응”■■ (0) | 2022.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