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조정안도 위헌이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검찰수사를 완전히 차단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앞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한통속’이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검수완박은 위헌’이라며 총력저지를 다짐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제시한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을 겨우 한 시간 여 논의한 뒤 수용키로 했다.
박 의장이 낸 조정안은 검찰청법 제 4조(검사의 직무)에 규정된 검찰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가운데 부패범죄, 경제범죄만 남기고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분야를 4월 안에 폐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남은 2개 분야 범죄수사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검찰수사권은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박 의장은 이 안을 내놓으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며 “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중재안이 나오자 즉각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 1시간 여 만에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 이 안은 여야 대표 간의 협상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야합이다. 박 의장 말대로 검찰 수사권이 시행 기한만 연장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완전 박탈되는데 무슨 대가를 얻기로 하고 그렇게 반대하던 검수완박을 선뜻 합의해준 것인가. 아니 어떻게 민주당의 당초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인데도 국민의힘은 180도 입장이 달라지는가 말이다. 이러니 ‘국민의힘’이 ‘국민의짐’이라고 조롱받는 게 아닌가.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을 강행처리하려할 때마다 헌법 12조와 16조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근거로 위헌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못 막으면 본회의에서라도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큰소리쳐왔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까지도 "검수완박법은 ‘문재인, 이재명 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는 또 “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 월성원전 경제성조작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대장동 개발사업 등 대형권력형 비리 몸통을 은폐하려고 검찰의 손발을 자르겠다는 심산“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었다.
어떻게 1%도 안 되는 권력형 범죄만 합의 대상이고, 99% 서민사건. 민생사건에 대한 경찰수사 통제방안은 전무할 수 있는 것인가도 문제다. 그렇다면 이 중재안은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안 일 수밖에 없다. 검찰이 부정부패와 경제범죄수사권만 가지고 있으면 정치인은 기득권이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중재안도 헌법위반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헌법이 검사에게 ‘체포, 구속, 압수수색’의 각종 영장을 청구하게 한 것은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수사 주체성을 근본적으로 박탈한다는 것은 헌법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법의 이성에도 맞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은 지 겨우 1년이 지났다. 그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기에 이를 수정 보완해야할 시점에 검수완박을 밀어부친다는 것은 법의 이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검수완박은 70년의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일부 소수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나 헌법의 기본체계를 무시한 채 정권교체 전에 완결하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운다. 하지만 다수결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여 민주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가 말했듯이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혼돈된 투표자의 무리 속에서 질서를 가져다주며, 일정한 목적을 위해 여론을 환기하고, 교육하고, 지도하는 임무 때문이다.
이런 정당은 고대에는 일종의 당파나 도당(徒黨)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대 정당은 이익과 사욕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당(私黨)도 아니며, 정치적 음모를 획책하는 불순한 무리인 도당(徒黨)도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정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서로 협력하여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구체적 실현을 향해 노력하는 협력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사당 또는 도당에 가깝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처음의 안이나 조정안이나 172석을 갖고 있는 다수당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 전체이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막무가내로 검수완박을 밀어 부쳐왔다. 국민들은 이제 그 같은 사실을 거의 다 안다.
중재안을 받아들인 국민의힘 또한 같은 당이라 봐야할 것 같다, 야합을 하지 않고는 그런 결정을 쉽게 할 수 없다. 국회의장이 낸 조정안이 말만 몇 자 바꾼 것이지 내용은 민주당이 처음에 발의한 안과 대동소이한데도 받아들였다는 것은 역시 사당이나 도당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하튼 검수완박 조정안도 위헌이므로 즉각 폐지하는 게 맞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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