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MBC 스트레이트 방송]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완승’… “정치공작도 쉽지 않네”

배세태 2022. 1. 20. 16:47

【이상곤의 ‘흐름’】 김건희 ‘완승’… “정치공작도 쉽지 않네”
월간조선 2022.01.20 글 이상곤 정치 칼럼니스트
http://m.monthly.chosun.com/client/Mcol/column_view.asp?Idx=1311&Newsnumb=202201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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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건희 녹취록 관련 MBC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권력의 정치공작에 가장 손쉽게 동원되는 것이 방송이다. 과거에는 검찰과 경찰, 정보기관 등 권력기관이 주로 동원됐다면 요즘은 방송이 주 동원 대상이다. 방송의 대중장악력과 파급력의 비중이 높아진 때문이다. 더욱이 방송은 신문보다 인사나 여러 면에서 권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권력은 손쉽게 정치공작에 방송을 동원하는 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방송이 편향성 시비를 낳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거 16대 대선 ‘병풍사건’을 다룬 공중파 3사가 대표적이다.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대업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군 면제 의혹을 제기한 ‘병풍사건’은 공중파 방송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공작’ 자체가 안 됐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나 ‘일요시사’ 정도의 영향력으로는 그 정도 파급력이 나오지를 않는다. 당시 공중파 3사는 9시 뉴스 등에서 연속극처럼 ‘병풍드라마’를 방영했다. “김대업은 ‘의인(義人)’”이라는 당시 여당의 칭송이 고스란히 방송됐다. 나중 이회창 두 아들 병역 의혹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지금의 야당 지지자들에게 당시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이 이번 대선에서도 판박이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MBC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을 방영한 것은 압권(?)이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날 친여 유튜브 촬영기사가 김씨와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을 버젓이 방영했다. 제대로 된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의 ‘함정 통화’ 내용을 공중파인 MBC가 그대로 받아 내보낸 것이다. 방영 전 MBC는 “대선후보 부인에 대한 검증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20 여분에 걸쳐 1차로 방송을 하고 23일에 또 한 차례 방송이 예정돼 있다. 이미 국민의힘 측은 23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김건희 녹취록‘ 방송은 여권이나 MBC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윤석열의 ’위크포인트‘(weak point·약점)’이라 생각했던 ‘김건희 녹취록’이 여권과 MBC에는 ‘굴욕’을, 야권에는 ‘승기’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김 씨 녹취록 방영이후 윤 후보 지지율은 오르고 김 씨 팬카페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권의 주 무기인 정치공작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탓인지 좀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당연히 여권이 당혹스럽다. 여권 ‘스피커’ 중 한 사람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방송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이리 시간이 안가지. MBC 본방 대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본방 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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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의 녹취록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런데 방송 후 이들의 호들갑은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각종 SNS에서는 ‘김건희 완승’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MBC에 김 씨 녹취록을 건넨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MBC에 괜히 줬나 생각한다”고 후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방송 후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대폭 상승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질렀다. 방송 이후 조사된 여론조사를 보면 갤럽조사(17~18일 조사)에서 윤 후보는 36.1%로 2주전보다 6.9%포인트 상승해 1위(이재명 34.9%)를 탈환했고 뉴스핌(17일 조사)에서는 44.4%로 4.1%가 올라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윤 후보 약점으로 통했던 김건희 씨 팬카페 회원 수 급증 상황은 여권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 후 팬카페 회원 수가 급증해 사흘 만에 3만5000명을 돌파해버렸다. 방송 전 20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다. 덩달아 회원 수가 몰리면서 팬카페 대문도 새단장을 했다. 김씨 사진을 수퍼 히로인의 활약을 다룬 영화 ‘아토믹 블론드’ ‘원더우먼’ 포스트에 합성해 걸어뒀다. 팬카페 회원들도 ‘원더 건희 인기 대박’ ‘김건희 원더우먼 파이팅’ 등의 댓글로 도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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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팬카페 대문사진./ 네이버 카페

더욱이 김 씨 녹취록 공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욕설 파일 공개로 옮아붙었다. MBC가 김 씨 녹취록을 윤석열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방영한 만큼 이재명 후보의 욕설 파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씨 녹취록 공개 후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18일 이 후보 욕설과 막말이 담긴 160분 분량의 녹음파일 34건을 공개했다. 이 후보가 쌍욕을 변명하자 다음날 에는 6분짜리 녹음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 씨 녹취록이 공개되는 바람에 그동안 암암리에 돌던 이 후보 욕설파일의 봉인이 해제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 변해 이제는 이들 공중파 ‘홍위병 방송’이 통하지를 않는다. 이미 대중들은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의 편향성을 꿰뚫어 보고 있다. MBC의 경우 불과 1년 여 전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 사건으로 보도한 것이 재판과정에서 조작방송으로 드러났다. 이 MBC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기에는 최순실씨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가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로부터 ‘애국언론’으로 칭송받았다. 정권에 따라 편파성을 드러내는 공중파 방송으로 정치공작을 해봐야 이제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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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와 친형 고 이재선씨 사이의 갈등을 다룬 책 《굿바이 이재명》이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