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韓·美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종전선언’ 선명한 입장차■■

배세태 2021. 12. 2. 17:36

韓·美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종전 선언’ 선명한 입장차
에포크타임스 2021.12.02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https://kr-mb.theepochtimes.com/share/601181

한국 국책싱크탱크 수장들 종전선언 당위 설파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 “북한 핵 포기 등 태도 변화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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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공을 들이고 있는 ‘6.25 종전선언’에 대해서 한미 양국 통일·외교·안보 전문가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재확인 됐다. 종전선언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국 측 인사들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미국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이 맞섰다.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 주최 ‘북미관계 전망 포럼’에서 한국 주요 통일외교안보 관련 국책연구기관 수장들과 미국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한국 측은 미국 전문가를 상대로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주장했으나, 워싱턴 학계와 싱크탱크 인사들은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종전선언 뿐 아니라 ‘스냅백(약속 위반 시 복원)’을 전제로 한 대북제재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내년 3월 한국 대선 이후부터 미국 중간선거 직전까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제재에 대해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지금은 북한에 벌을 주는 것으로 변질됐다. 오히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명분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스냅백’ 조건을 걸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면 “북미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구소련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아닌,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으로 김정은을 상정하여 밀어붙이고 있는 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소련에서 고르바초프가 등장하여 구소련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고 전쟁도 없이 냉전을 종식시켰다. 지금 김정은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 핵 포기의 계기를 줘야 하는데 우리가 김정은을 고르바초프가 아닌 (냉전 체제를 확립한) 스탈린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북한 측의 한미연합훈련 반발과 관련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는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부담을 느낀다.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주장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핵을 버리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결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선행 조치를 취했지만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논의는 북한이 핵실험 도발로 파국으로 끌고 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 관리’ 측면이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국가정보원 싱크탱크인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미 화해 관점에서 종전 선언이 유용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종전선언 자체는 우리의 주권, 한미동맹, 주한미군 유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와 안정 달성을 위한 여러 노력이 70년 이상 이뤄져 왔음에도 여전히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라고 종전선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 국책 싱크탱크 수장들의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조성 공세에도 워싱턴D.C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발표자들이 비핵화 협상의 교착 원인을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때문이라고 보지만, 실제로는 북한 미사일이 주한미군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이고 미사일 발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로 금지됐다”며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은 ‘오늘 살인을 안 했으니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북한이 과거 외교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이행하지 않고,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 조건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는 점도 짚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 중국, 러시아 모두 70년 간 북한에 수천 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제공했다.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았음에도 (비핵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의미냐”고 반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나도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만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논의로 가게 될 것이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은 여러 협박과 무력을 통해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는 지난 70년 간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이 최근에도 새로운 무기 체계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스캇 해럴드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종전선언을 너무 밀어붙이면 미국과의 신뢰를 흔들 수 있고 한미 관계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